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비(非)금융 공기업 등의 부채를 합친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가 지난해 처음으로 1400조 원을 넘어섰다. 국민 한 명당 2700만 원이 넘는 나랏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 부채만으로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어서면서 이미 빨간불이 켜진 재정건전성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4년 새 공공부문 부채 383조 원 늘어
15일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현재 공공부문 부채(D3)가 1427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년 전보다 147조4000억 원(11.5%) 늘어난 규모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한 2017년 이후 4년 새 382조7000억 원(36.6%) 불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 비율은 전년보다 2.9%포인트 오른 68.9%였다. 부채 규모와 GDP 대비 비율 모두 역대 최대다.
1인당 나랏빚도 1년 새 300만 원 가까이 증가했다. 공공부문 부채를 지난해 말 주민등록인구 5164만 명으로 나누면 지난해 1인당 부채는 2764만 원이다. 2020년 1인당 부채는 2470만 원이었다.
특히 비금융 공기업에서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의 부채가 1년 전보다 11조6000억 원 증가했다. 설비투자를 위해 차입금을 늘린 데다 지난해 한전이 사상 최대의 연간 적자를 내면서 사채 발행도 확대한 영향이 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도 9조 원 불었고, 한국가스공사는 5조9000억 원 증가했다. 전체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전년보다 31조6000억 원(7.7%) 늘어난 439조7000억 원이었다.
● “일반정부 부채 비율, 60%도 시간문제”
일반정부 부채(D2)도 1년 새 10% 넘게 불어나며 GDP의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일반정부 부채는 전년보다 121조1000억 원(12.8%) 증가한1066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51.5%로,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 국가채무(D1)가 커진 게 일반정부, 공공부문 부채 증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2017년 40.1%에 그쳤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4년 새 11.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스웨덴, 노르웨이 등 비기축 통화국 평균(56.5%)에 근접한 수준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나랏빚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라며 “고령화 등으로 지출은 많아지는데 인구 수는 줄어 GDP보다 재정지출 증가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는 만큼 60%를 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했다. 달러화 같은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는 부채 비율이 빠르게 높아질 경우 국가신용 등급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올해 역시 큰 폭의 재정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가 이날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1~10월 관리재정수지는 86조3000억 원 적자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조7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실제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다. 10월 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합한 국가채무(D1)는 1068조8000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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