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컨슈머가 온다]〈13〉‘必환경’ 트렌드 따라잡는 농심
고기 종류-부위별 질감까지 구현
젊은층 위해 비건 레스토랑 열고
라면 용기-포장재도 재활용 쉽게
농심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은 올해 주력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1월 출시 당시 18종이었던 상품 구색은 40여 종까지 확대됐다. 떡갈비, 냉동만두 등 국내 소비자들이 즐겨먹는 먹거리부터 국물요리용 사골맛 분말, 샐러드드레싱까지 식물성 제품으로 내놨다. 냉동 대체육 상품의 경우 다리살과 가슴살 등 부위별 질감까지 표현해냈다.
농심이 ‘제비(제로웨이스트+비건)족’의 등장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 중이다. 대체육 상품 구색을 넓히고 포장재를 재활용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등 친환경 뉴컨슈머 시장 공략을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 비건레스토랑 선보이며 ‘필(必)환경’ 가속화
농심은 올해 5월 잠실 롯데월드몰 내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열었다. 친환경 소비와 오프라인 이색 경험을 즐기는 MZ세대를 겨냥했다. 대체육을 비롯해 식물성 재료만을 활용한 코스 요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평일과 주말을 통틀어 평균 예약률이 95%에 달하는 등 채식 인구는 물론이고 대안 식문화에 관심 높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모았다.
친환경 전략 강화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필(必)환경’ 소비문화가 확산한 것과 관련이 깊다. 유로모니터가 지난달 발간한 ‘컨슈머 서베이 2022’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68%가 ‘기후변화가 걱정된다’고 답했다.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노력한다’는 답변도 62%에 달했다. 전체 10명 중 3명은 육류 소비를 줄이고자 노력 중이라고 했다. 대체육 시장도 덩달아 성장세다. 지난해 국내 시장은 165억 원 규모로 전년보다 43.5% 확대됐다. 올해는 28.3% 늘어난 21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2017년부터 대체육 연구를 시작하며 식물성 식품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었다. 해외에서 이미 개발된 설비를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독자적으로 대체육 제조 설비와 HMMA(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 공법을 개발했다. 50여 년간 축적한 식품가공 기술력이 밑바탕이 됐다. 농심 관계자는 “대체육은 콩 단백질 분말을 고온고압으로 뽑아내는 ‘뻥튀기’ 원리로 만들어지는데 대표 제품 ‘바나나킥’ 제조 과정과 흡사하다”며 “짜파게티 등 별첨 수프에 사용되는 대두단백 기술도 근간이 됐다”고 말했다.
○ 재활용 쉬운 포장재로 속속 교체
제품 포장재도 재활용이 쉬운 형태로 바꾸고 있다. 올해 무파마탕면 4개들이 상품은 기존 불투명한 묶음포장용 비닐을 투명 비닐로 교체해 재활용률을 높였다. 겉면에는 필수 표기사항 등 최소한의 내용만 써넣었다. 생생우동 용기면은 기존 검은색 용기를 흰색으로 바꿔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어려움’에서 ‘우수’로 향상시켰다.
생수 제품 ‘백산수’ 역시 필환경 트렌드에 맞춰 올해 무라벨 0.5L 제품을 선보였다. 투명 페트병은 색소 등 다른 물질이 포함되지 않아 고품질 재활용 재료로 꼽힌다. 앞서 2년 전에는 0.5L 제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13.5% 줄이기도 했다.
친환경 먹거리는 가치소비가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음에 따라 꾸준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윤진 유로모니터 식품·영양부문 수석연구원은 “외식 브랜드를 내고 상품 구색을 다양화해 소비자들이 대체육을 쉽고 긍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시도가 중요해졌다”며 “친환경 먹거리에 익숙해진 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국내 대체육 시장은 2025년 321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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