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기업] 2230개 기업 해외 나갈때, 유턴은 26개
노동-稅-환경규제, 기업 복귀 막아 8년간 돌아온 대기업은 2곳뿐
전문가 “개혁 수준 대대적 개선 필요”
올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포상을 진행하며 기업 선정에 곤욕을 치렀다. 대다수가 수상을 부담스러워하면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S사는 대표가 아니라 임원이 시상식에 참석했다. 국내 복귀 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해외 국가의 생산시설을 최소 25% 이상 줄여야 하는데, 이를 괘씸하게 여기는 해외 국가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급망이 곳곳에서 단절되면서 자국 중심의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 수는 연간 30개를 넘은 적이 없다. 특히 고용 등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의 유턴은 두 곳에 불과하다. 해외 국가의 보복도 문제지만 국내로 왔을 때 혜택이 크지 않고, 그마저도 수혜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내 복귀를 계획하다가 “높은 법인세 같은 한국의 기업 환경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란 투자자들의 원성을 듣기가 십상이다.
○ 조건 까다롭고 그나마 수도권·대기업은 차별
정부는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제정한 이후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경우 유턴기업이 지방으로 갈 경우 7년간 법인세를 50∼100% 감면하고 있지만 일부 수도권에 공장을 지을 경우 세금 혜택이 줄어든다. 또 대기업은 2017년부터 보조금은 받고 있지만 고용창출장려금, 외국인고용허가제 쿼터 확대 등의 혜택은 받지 못한다. 반도체 같은 공급망 핵심 업종이 아니라면 해외 시설을 최소 25% 이상 줄여야만 유턴기업으로 인정을 받는다. 반면 일본은 해외 사업장을 축소하지 않아도 되고,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기업에도 지방 이전 기업과 동일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한다.
주 52시간 근로, 최저임금 등 각종 규제와 상대적으로 높은 법인세도 한국으로의 유턴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9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진출 기업 306개사 중 93.5%는 ‘국내 복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에 국내로 유턴하지 않는 이유(복수 응답)를 물었더니 노동 규제(29.4%), 세제(24.5%), 환경 규제(16.7%), 수도권 및 입지 규제(13.1%) 등을 문제로 꼽았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2015년 이후 미국은 35%에서 21%로, 일본은 30%에서 23.2%로 낮췄지만 한국은 22%에서 25%로 오히려 높였다.
○ 외국인 국내 투자는 해외 투자 대비 절반 이하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 규모(법인 설립 포함)는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선 100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투자 금액인 74조8400억 원보다 무려 34.2% 늘었다. 반면 외국인의 대한(對韓) 투자 규모는 38조6600억 원에 그쳤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 분야에선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한국의 해외 투자 규모(23조9900억 원)는 2020년 대비 38.5% 늘었지만 외국인의 제조업 분야 한국 투자 규모(6조5500억 원)는 같은 기간 16.2% 줄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자국 내 생산을 강조하는 미국의 경우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839개 기업이 복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102개 기업만 되돌아왔다. 특히 한국으로 복귀한 대기업은 현대모비스(2019년)와 LG화학(2022년) 두 곳뿐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복귀 기업을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과 입지 규제, 세제 혜택에서 개혁 수준의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 문제에서도 생산성에 따른 임금체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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