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재편-탈세계화 움직임 속
각국, 기업복귀 ‘리쇼어링’에 사활
지원 늘린 美, 유턴기업 7년새 5배
韓선 효과 미미… “세금 등 개혁을”
“아니, 중국 시장과 영업망은 어떻게 하려고 국내 복귀를 한다는 말입니까?”
시가총액 1조6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부품 제조 회사인 D사는 올해 5월 투자자들로부터 이 같은 항의 전화를 잇달아 받았다. D사는 2024년까지 중국이 아닌 국내에 1127억 원의 신규투자를 통해 새로운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내 복귀 기업으로 인정을 받았다. 덕분에 법인세를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5년간 100%, 이후 2년간 50% 감면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박수가 아니라 의문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복귀로 얻게 되는 혜택보다 중국 시장을 잃는다는 위험을 더 크게 본 것이다. 그만큼 국내 기업 환경이 해외로 진출한 기업을 불러들일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미중 패권 갈등, 세계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탈세계화 움직임에 따라 해외에 진출한 기업의 국내 복귀가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18일 산업부와 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복귀한 기업 수는 26개에 그쳤다. 그중 대기업은 0개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이 해외에 새로 설립한 법인 수는 2230개로 집계됐다.
올해도 그 추세는 비슷하다. 6월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 신규 설립 법인 수는 1209개로 1000개를 훌쩍 넘어섰다. 국내로 복귀한 기업 수는 6월까지 15개, 9월로 넓히면 21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일본은 ‘경제안전보장추진법’ 등을 통해 자국 복귀 기업에 대한 세제와 지원금 혜택을 강화하며 기업의 유턴(리쇼어링)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미국으로 유턴하는 기업은 2014년 340개사에서 지난해 1844개사로 5배 이상으로 늘었다. 2016년 이후 예외 없이 매년 그 수가 늘고 있다.
한국도 2013년 12월부터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시행한 뒤 두 차례 법을 개정해 가며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지만 2014년 15개사였던 유턴기업이 지난해 26개사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복귀 후 지원받을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고 유인책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 해외보다 생산비용이 높아져 있는 것이 국내 복귀를 꺼리는 근본적인 이유”라며 “세금, 노동 비용 등에 대한 개혁을 통해 국내 생산이 유리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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