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선 장애가 장애물 아니에요”… 청각장애인들이 만들어가는 카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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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개발원
카페 ‘I got everything’
전문가가 1년동안 브랜딩, 개발원이 7000만 원 지원
장애인들이 직접 운영 맡아… 전국 76개 지점으로 확대

카페 ‘I got everything’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는 청각장애인들.
카페 ‘I got everything’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는 청각장애인들.
대전 유성구의 ‘I got everything’ 한국전력연구원점 직원들은 낮 12시가 되면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점심 식사를 마친 연구원 직원들이 카페로 몰려올 시간이기 때문이다. 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점심시간은 늘 바쁘다. 정신없이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들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I got everything’ 한국전력연구원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손님들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음료를 주문한다. 대화가 필요할 때는 수화통역사가 나선다. 카페는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부터 시설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 7000만 원을 지원받아 2019년 문을 열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중증장애인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카페에 취업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일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전문가와 함께 1년 동안 카페에 대해 연구하고 ‘I got everything’이라는 카페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전용 원두인 밸런스 브라운(Balance Brown)을 상품으로 개발했으며 기술이전을 통해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인 ‘해나루보호작업장’과 ‘그라나다보호작업센터’에서 생산하고 있다. 차별화된 브랜드와 좋은 원료를 바탕으로 공공기관이나 연구기관 지자체에 카페가 입점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장애인을 바리스타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처음부터 장애인이 근무할 수 있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는 카페를 만들었다. 장애인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갖고 오롯이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펼친 것이다.

카페 시설과 인테리어도 전문가의 손길을 거쳤다. ‘I got everything’ 브랜딩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매장을 편안하고 세련된 분위기로 꾸며 고객이 카페에 머물고 싶게 했다. 부드러운 커피와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I got everything’은 전국에 76개점이 운영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직원 4명 중 2명은 카페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근무했다. 카페에 손님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2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했는데 이들은 하루 8시간씩 근무한다. 주말은 휴일이다. 직원 한 명이 오전 7시 반에 출근해 오후 4시 반까지 근무하고 나머지 직원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직원들의 자율적인 탄력근무제 도입으로 카페 오픈 시간을 한 시간 정도 앞당길 수 있었으며 매출도 그만큼 늘었다.

최근엔 커피 머신도 한 대 더 들여놨다. 카페에 수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농아인협회 대전광역시협회 소속 경지유 매니저는 현재 통장에 카페 수익금 9800만 원이 있다고 수줍게 자랑했다. 그는 이 카페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 가길 바라고 있다. 장애인에게 용기를 주는 한마디가 아니라 장애인이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고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I got everything’ 한국전력연구원점 직원들은 이곳에서 각자의 소중한 꿈을 키워가고 있다. 내년부터는 코로나19로 찾아가지 못했던 장애인 시설을 찾아 커피 만드는 실력을 선보일 계획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 주는 것, 이것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작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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