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포르투갈전이 열렸던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인근 호프집에는 0시부터 영업시간을 묻는 전화가 쉴 틈 없이 걸려왔다. 경기가 끝난 오전 2시쯤 일부 손님들이 계산을 하고 일어났지만 거리 응원을 하던 사람들이 몰려와 50석 규모의 자리는 늘 만석이었다. 호프집 직원은 “한국 경기 전후로 단체 고객뿐 아니라 거리 응원이 끝난 뒤 회포를 푸는 손님이 밀려들어 매출이 2∼4배 뛰었다”고 말했다.
뜨거웠던 월드컵 응원 열기에 골목상권도 함께 웃었다.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광화문광장 등 주요 거리응원 장소의 상권 매출은 최고 1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선 경기 7시간 전부터 치킨 주문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배달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19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포르투갈전이 끝난 직후인 3일 오전 2∼3시 광화문광장 주변 상권의 카드 결제액은 월드컵 이전에 비해 36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보다 1시간 뒤인 3∼4시의 카드 결제액은 무려 10배 이상으로(922%) 급증했다. 평소 카드 결제가 많지 않은 새벽 시간이라 증가 폭이 더 커진 것도 있지만 이날이 토요일이었던 데다 극적인 16강 진출 확정 뒤 밤을 새우며 뒤풀이를 한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카드 데이터전략그룹은 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던 날 주요 거리응원 장소 주변의 주점, 치킨집, 편의점, 패스트푸드, 카페의 체크·신용카드 결제액을 취합했다. 이를 월드컵 직전 3주간의 요일별 평균 결제액과 비교해 매출 효과를 분석했다.
우루과이전(11월 24일)과 가나전(11월 28일)이 끝난 직후인 다음 날 0시∼오전 1시에도 광화문광장 주변 상권의 카드 결제액은 각각 381%, 192% 급증했다. 또 다른 거리응원 장소였던 수원월드컵경기장 주변 상권도 조별리그 각 경기 직후 결제액이 221∼553% 늘었다.
월드컵 ‘집관(집에서 관람)’족들이 배달 경쟁을 피하기 위해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미리 주문을 시켜놓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가나전이 열린 지난달 28일 경기 시작 2∼3시간 전부터 배달 앱 결제액은 53% 늘었다. 이어 경기 시작 직전까진 결제액은 평소의 2배로 증가했다. 특히 대표적인 배달 음식인 치킨은 경기 시작 7시간 전인 오후 3시부터 결제액이 2배 이상으로 급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반면 경기가 있던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나 집에서 월드컵을 관람했던 탓에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결제는 크게 줄었다. 우루과이전과 가나전이 있었던 지난달 24일과 28일 오후 10시∼밤 12시 서울 지하철 결제 건수는 각각 33.0%, 37.5% 줄었다. 같은 시간대 수도권 택시 결제 건수도 30.8%, 41.2%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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