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 인기 지역 분양 단지도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청약 시장 급랭이 심화되고 있다.
2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7.7대 1로, 지난해 19.8대 1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세종(49.6대 1), 부산(37.2대 1), 인천(16.1대 1) 등에서 경쟁률이 높았지만 충북(4.2대 1), 광주(5.4대 1), 경기(6.8대 1) 등에서 부진했다. 서울은 10.1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 등 지역에서 세 자릿수 경쟁률도 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청약 시장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당첨 가점도 크게 떨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민간분양 아파트 청약 당첨 가점 평균은 21점으로, 지난해 34점에 비교했을 때 비해 10점 넘게 떨어졌다. 수도권 지역도 지난해 46점에서 올해 28점으로 전국 평균보다 낙폭이 컸다. 지난해 3개 단지에서 가점 만점자(84점) 당첨자가 나왔지만 올해 청약 최고 당첨가점은 79점이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금융 비용이 커지며 청약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에 따라 같은 단지 내에서도 청약 흥행이 갈렸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더 클래시’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4.94대 1을 기록했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전용 59㎡에는 140~150대 1 수준의 세 자릿수 경쟁률이 나왔지만 대출이 불가능한 전용 84㎡는 모두 5~8대 1 수준의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서울에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 분양가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42.3대 1로, 14.9대 1을 기록한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비해 3배 가량 높았다.
가라앉은 청약 시장과는 달리 분양가는 상승하는 추세다. 금리와 자잿값 인상으로 공사비가 인상되며 분양가 상승 압박이 커지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3.3㎡ 당 평균 분양가는 1510만원으로 지난해 1311만원 대비 200만원 가량 올랐다. 서울이 3474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제주(2240만원), 대구(1879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높은 금리와 분양가로 내년에는 수요자들의 청약이 신중해질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단지에 청약이 몰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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