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국내 가계와 기업들에 고금리 시대를 맞아 부채 축소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주제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디레버리징(부채 상환 및 축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가계부채는 상당한 중장기적 위험이고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1870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최근 금리 급등기에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또 현재 물가 상황을 언급하면서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방침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내년에도 높은 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보다 자세히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11월에 다수의 금통위원이 이번 최종 금리 수준으로 3.5%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정책 약속은 아니었다”며 “경제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변화나 국내 물가 상황에 따라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이 총재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이 가격과 임금 결정에 영향을 줘 고물가의 지속성을 높일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 상반기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이때가 한국이 경기침체로 가느냐 아니냐의 경계선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국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석유 가격 오름 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 오름세는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도 내년 물가에 대해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 오름세가 둔화돼 내년에는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흐름을 나타내며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은은 내년 석유 수출국들의 대규모 감산이나 이상기후, 국내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같은 물가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를 완화해 경제 회복 속도를 높이면 국제 원자재 가격도 다시 상승할 수 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하면서 여전히 한은의 물가 목표(2.0%)를 훌쩍 넘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