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은 시나 소설에서의 문자, 음악에서의 음의 높낮이나 길이, 미술에서의 색채 등의 형태로 창작물로 표현된다. 이 같은 창작물에 의해 사람은 감동을 받게 된다. 사상이나 감정은 사람의 몸짓이나 동작으로도 표현되는데 ‘안무(按舞·choreography)’가 그것이다. 트와이스의 ‘Dance the Night Away’ 뮤직비디오에서 트둥이들이 팔, 다리 동작과 몸짓으로 즐거움, 발랄함, 시원함, 경쾌함 등 다양한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좋은 예다. 안무는 몸짓이나 동작들이 일정한 순서로 조합 배열돼 하나의 전체로 결합된 창작물로 저작권법으로는 ‘무용저작물’로 보호된다.
소설이나 음악 등에 비해 안무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받아 왔지만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K팝이 안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 안무는 K팝의 성공에 음악 못지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아이돌 그룹에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귀로 듣는 것 외에 눈으로 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칼군무’라고 평가받는 이들의 안무가 멋진 음악과 결합해 하모니를 자아내고, 관객이나 시청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K팝에서 차지하는 안무의 위상은 유튜브 조회 수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는 27개월여 만에 11억 회를 돌파했다. BTS의 ‘ON’은 공식 뮤직비디오(3억1000만 회)보다 안무의 역할이 강조된 ‘키네틱 매니페스토 필름’(5억2000만 회)의 조회 수가 더 높다.
시인, 소설가, 작곡가, 화가 등과 마찬가지로 안무를 창작한 ‘안무가’도 저작자로서 저작권을 가진다. K팝 댄스에서 안무는 아티스트의 몸짓이나 동작으로 나타나는데, 일정한 순서에 따라 이뤄진 일련의 몸짓이나 동작을 창작한 주체가 바로 안무가이다. 안무가 저작권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창작성을 필요로 한다. 창작성은 안무가가 다른 사람의 것을 베끼지 않고 자신의 지성에 의해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사도라 덩컨(1878∼1927)’의 무용과 같은 수준이 아니어도 무방한 것이다. ‘맨발의 이사도라’라는 영화로 많이 알려져 있는 덩컨은 현대무용을 창조적 예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무용가이다.
안무가 K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세계적으로도 위상이 높아졌지만 한국에서 무용저작물에 대한 인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발레 하면 러시아가 떠오르듯 K팝에 대해서는 한국이 떠오른다고 할 정도다. 이러한 위상에 걸맞게 안무도 무용저작물로 보호된다는 인식이 향상돼야 할 것이다. 또한 안무가도 저작권 등록을 하는 등 보다 강화된 보호를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