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5일 7세대 신형 그랜저(디 올 뉴 그랜저) 공식 판매에 들어가면서 제시한 내년 판매 목표량이다. 업계에선 고(高)금리와 경기 침체로 자동차 시장에 한파가 몰려올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 현대차는 그래도 매년 10만 대 안팎을 판매해왔던 그랜저의 흥행 ‘불패 신화’에 희망을 거는 모습이다. 출시 당일 현대차 측은 7세대 그랜저의 출고 대기 인원이 10만 9000여 명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의 자신감에는 과연 근거가 있는 걸까.
공식 출시 일주일 전인 8일 신형 그랜저(3.5 GDI 가솔린)를 타고 경기 하남에서 의정부까지 왕복 90㎞ 구간을 시승했다.
그랜저의 승차감을 꽤 괜찮은 편이었다. 변화가 있다면 전작 대비 부드러움보단 좀 더 운동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 정도다.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은 예전과 비교해 단단하게 설정됐고, 핸들링 또한 가벼웠다. 최고출력 300마력에 최대 토크 36.6㎏·m의 성능을 탑재한 파워트레인은 일반도로나 고속도로에서 전혀 부족하지 않은 힘을 보여줬다.
정숙성도 훌륭했다. 이번 모델에는 역위상 음파를 내보내 노면 소음을 줄이는 기술(ANC-R)과 이중 접합 차음 유리, 흡음타이어, 분리형 카펫이 적용됐다. 그 덕분에 시동을 켜놔도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간 오디오는 승차 시 몰입감 있는 음악 청취 경험을 제공해 만족감을 높였다.
1세대 ‘각 그랜저’ 시절 디자인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원 스포크 스타일은 예뻤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두터운 메인스포크로 운전대를 좌우로 움직일 때 다소 불편했기 때문이다. 스티어링휠에 부착된 칼럼식 기어노브는 기존 버튼식 기어보단 조작하기가 훨씬 편했다.
이번 모델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수평형 발광다이오드(LED)’는 차체 크기가 커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줬다. 다만, 실제 내부로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공간감은 직전 세대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량 내부 공간감을 결정하는 축거는 6세대(2885㎜)보다 10㎜가 커진 2895㎜다.
업계의 화젯거리로 떠올랐던 단순한(?) 계기판 디자인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듯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다. 공조기를 대형 패널(스크린 터치)로만 조작하게 한 건 깔끔함을 더하는 장점이면서도 운전 중에 공조기를 다루기 어렵게 하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이런 몇몇 부족함이 있었지만, 그랜저에는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차였다면 갖추기 힘든 내부 디자인과 첨단 사양들은 갖추고 있다. 최고는 아니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급 사양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차였다. 그랜저의 최저 판매가는 가솔린 3716만 원, LPG 3863만 원, 하이브리드 4376만 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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