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극장 개조해 만든 ‘금성전파사’
LG전자-스타벅스 협업 인기몰이
SK이노의 청계천 팝업스토어도
맥주 직접 따르는 방식 입소문
15일 서울 동대문구의 경동시장. 시장 입구로 들어서자 진한 한약재 냄새가 온몸으로 밀려왔다. 한약재로 유명한 이 시장의 좁은 골목들을 한참 가로지르자 신기한 풍경과 마주쳤다. ‘인삼도매상가’ 간판과 함께 LG전자의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와 ‘스타벅스’ 간판이 나란히 보였다.
간판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자 더욱 색다른 공간이 펼쳐졌다. 폐극장이던 경동극장을 개조해 LG전자가 전신인 ‘금성사’를 주제로 한 복합문화센터를 만들었다. 금성사 시절 흑백TV, 냉장고 등 가전기기부터 최신 제품들까지 직접 볼 수 있었다. 폐가전을 활용한 리사이클링 팔찌도 만들고, 방탈출 게임도 직접 참여했다. LG전자의 제품들을 활용해 탈출 단서를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보고 경험하는 ‘체험형 마케팅’이 인기를 얻고 있다. 단순히 특정 제품을 홍보·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간 양방향 소통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입소문(바이럴) 효과를 가져온다는 전략이다.
실제 16일 정식 오픈한 이후 일주일도 안 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경동시장 방문 인증 열풍이 불고 있다. 스타벅스가 LG전자와 같은 공간에 문을 연 ‘경동1960점’과의 시너지 효과가 큰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LG전자·스타벅스 경영진이 만남을 갖다가 두 회사 모두 MZ세대 체험형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성전파사를 찾는 고객은 20, 30대 젊은층이 중심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자녀가 없는 젊은층들은 상대적으로 LG 가전제품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이들도 재미나게 체험하면서 제품들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기회를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중장년층이 주로 찾는 경동시장에 젊은층이 유입되며 새로운 활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금성전파사 입구 맞은편 정육점 직원 홍미순 씨(49)는 “폐극장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걸 보니 신선한 충격”이라며 “잠자거나 쉬고 있던 상가들이 다시 움직여 시장이 활성화될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10월 한 달간 SK이노베이션이 서울 청계천에 마련한 맥주 판매 팝업스토어 ‘SK주(酒)유소’도 비슷한 마케팅 전략이다. 주유소를 콘셉트로 꾸며진 맥줏집으로 하루 평균 200명씩 총 5200명이 방문하며 SNS와 유튜브 등에서 화제가 됐다. 주유기로 기름을 넣듯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노즐에서 맥주가 나오는 방식이 참신했다.
전문가들은 체험형 마케팅이 시청각 위주의 일반적인 광고와 비교해 촉각, 후각, 미각까지 활용할 수 있어 설득력이 더 강하다고 설명한다. 입소문 효과의 중요성도 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중매체 광고는 일방적이라 소비자들이 경계심을 갖고 잘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체험하고 확산된 입소문은 소비자가 직접 퍼나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고 전파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체험형 마케팅 수익을 활용해 상생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LG전자는 ‘금성전파사’에서 친환경 굿즈 등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 전액을, 스타벅스는 이곳 ‘커뮤니티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당 300원씩을 적립해 경동시장 지역상생기금으로 조성한다. SK주(酒)유소는 수익금을 모두 홀몸 어르신의 난방용품을 구매하는 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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