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경매’로 샀다면 공유물분할청구를 [이주현의 경매 길라잡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3일 03시 00분


경매 낙찰받은 부동산 일부 지분
‘공유물분할청구’ 통해 처분 가능
법원, 이견 적은 가격분할 판결땐
부동산 전부 경매로 차익실현 기회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경기의 한 아파트가 경매 시장에 나왔다. 권리 분석에 문제는 없지만 유찰이 잇따르며 최저매각가격은 감정가격 대비 49%까지로 떨어졌다. 특이한 점은 매각 대상이 아파트 전체 면적의 2분의 1만 매각하는 ‘지분경매’라는 점이었다.

부동산 소유권은 여러 사람이 분할해 등기할 수 있다. 부부가 공동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하나의 부동산을 여러 형제가 상속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각자의 지분 비율대로 여럿이 소유하는 형태를 공동소유라고 한다. 매매시장에서는 공동소유권 중 일부 지분만 거래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경매시장에서는 지분권만 매각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분권이 경매시장에 나오는 이유는 채권자가 부동산 공유자 중 특정인에게만 채권이 있기 때문이다. 채권자가 부동산 전부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채권 회수를 위해 해당 지분권에만 경매 신청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나온 지분권을 낙찰받을 경우 낙찰자가 다른 공유자와 합의 없이 부동산 전부를 처분할 수 없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또 점유를 이전받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에 ‘지분경매’는 경쟁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낙찰가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한 지분경매를 낙찰받았을 때 어떤 방법으로 해결되는지 간략하게 소개한다. 첫째, 다른 공유자와 합의 후 부동산 전부를 매도하고 받은 대금을 비율대로 정산하는 방법이 있다. 둘째, 다른 공유자로부터 나머지 지분권을 매수하거나, 낙찰받은 지분권을 나머지 공유자에게 되파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두 가지 방법은 다른 공유자들과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타협이 쉽지 않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법원에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 경우 법원에서는 현물분할(부동산을 나누는 방법)이나 가격배상(어느 한쪽이 매수할 것을 명하는 판결) 또는 가격분할(부동산을 경매로 매각한 후 낙찰대금을 지분 비율로 나누는 방법) 등의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 중 가장 공정하고 이견이 없는 것은 가격분할로 여겨진다.

가격분할이 확정된다면 낙찰자는 이를 근거로 부동산 전부에 경매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온전한 부동산이 경매시장에 나올 경우에 낙찰가율은 비로소 정상 범위에 들어오게 된다. 다시 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에 지분권을 낙찰받은 후 그 부동산 전부를 다시 경매시장에서 매각함으로써 차익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물론 지분권이 경매로 나올 경우 다른 공유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는 다른 공유자 중 한 명이 경매로 나온 지분권을 우선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권리다. 생면부지의 여러 사람이 부동산을 소유할 경우 뜻하지 않은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방지하려는 취지다. 따라서 지분경매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다른 공유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여지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유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더라도 지분권을 낙찰받은 사람은 제값을 주고 팔면 된다. 금전적인 피해가 없는 만큼 큰 리스크로 여길 필요는 없다.

모든 투자가 그렇지만 특히 ‘지분경매’는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가치평가를 꼼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얽혀 있는 지분을 해결하는 과정이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 후 도전하는 것이 좋다.

#지분경매#공유물분할청구#부동산 소유권#가격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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