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인투자자는 장외채권시장에서 20조원을 넘게 사들이면서 지난해보다 네 배가 넘는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내년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하면서 안전자산으로의 채권 투자 매력이 부각된 영향으로 보인다. 또 시장 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매각 차익을 노린 투자자금도 들어오고 있다. 초장기물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장외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총 20조267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통상 3조~4조원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네 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 2006년 금투협이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 순매수세다.
개인투자자들은 불안한 주식시장보다 안정적인 채권시장으로 자금을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에 투자하기 위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연초 71조7327억원에서 21일 기준 45조3188억원으로 36% 넘게 감소했다.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 우려로 내년에 금리가 다시 인상되는 것에 베팅하고 있다. 채권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높을 때 채권을 사두면 금리가 내릴 때 채권 가격이 상승(채권 금리 하락)하면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소액 개인투자자들은 직접 채권을 매수하기보다는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간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채권형 ETF 설정액은 3조4869억원 늘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은 주식형 ETF보다 단기와 초장기물 채권형 ETF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초장기물 채권 ETF에 순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장기물 채권 투자로 시세차익을 노려볼 것을 추천한다. 만기가 짧은 단기물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해 원금과 이자를 받는 게 목표다. 반면 초장기물 채권은 통화정책보다 향후 경제전망에 더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기보다 금리가 민감하게 움직인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초장기물 채권 금리는 하락(채권 가격 상승)한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서 경기침체 우려로 통화정책 속도조절 이야기가 나오면서 초장기물 채권 ETF가 크게 올랐다. 최근 한 달간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채권형 ETF는 ‘KBSTAR KIS국고채30년 ENHANCED’(4.89%)였고, 이어 ‘KODEX 국고채30년 액티브’(3.57%),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3.20%)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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