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체험공간 열고… 해외 와이너리 직접 인수
‘빅3’ 이어 한화-두산까지 가세… “코로나후 홈술 늘며 시장 급성장
‘수입-유통-생산’ 주도권 경쟁 치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와인 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연이어 대형 와인 매장을 선보이고 나섰다. 그룹 오너들의 각별한 와인 사랑을 바탕으로 미국 고급 와이너리를 직접 인수하거나 단독 상품을 선보이고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한화그룹과 두산까지 와인 사업에 뛰어들면서 와인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 와인에 꽂힌 유통 큰손들
2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2억 달러 규모에서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3억3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다 지난해 전년 대비 약 70% 증가한 5억5981만 달러에 달했고, 올해도 11월까지 5억3405만 달러를 기록했다. 12월이 와인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전체 수입액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늘었고, 와인과 위스키 같은 고급 주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시장이 급성장하는 추세”라고 했다.
유통 대기업들은 와인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2월 서울 잠실 제타플렉스점에 약 400평 규모의 대형 와인숍 보틀벙커를 열었고 올해는 경남 창원과 광주시에 각각 2·3호점을 열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3월 비노에이치라는 와인 법인을 설립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을 수입 중이다. 여기에 지난달 경기 남양주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에 1000m²(약 302평) 규모의 와인숍을 열고 각국 5500종의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아웃렛에 대규모 와인숍이 들어선 건 이례적으로 평가받는다.
신세계그룹은 2008년 와인 수입유통사인 신세계 L&B를 설립하며 일찌감치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2월 국내 유통 대기업 중 처음으로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200만 m²(약 60만 평)를 인수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하남점 내 약 500평 규모 초대형 와인·주류 전문 매장을 내년 4월 열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와인 수입과 유통에 이어 생산까지 직접 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와인 시장의 주도권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와인 사업에는 그룹 오너가 직접 관심을 표명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 미식과 와인에 대한 식견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나파밸리를 직접 방문하며 인수를 주도했다. 손꼽히는 와인 애호가인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아르헨티나산 ‘트리벤토’ 와인을 두고 이례적으로 “내 이름을 걸고 마케팅을 해도 좋다”고 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 한화도 와이너리 인수, 두산은 와인숍 열어
한화와 두산 등 대기업에서도 와인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한화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18만2000m²(약 5만5150평)를 3400만 달러(약 445억 원)에 인수했다. 두산그룹은 16일 서울 동대문구 두타몰 지하 2층에 와인 체험공간 ‘탭샵바’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오랜 침체기를 겪었던 두타몰을 살리기 위해 최근 트렌드인 와인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중저가 와인 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라며 “젊은층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계의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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