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서북부 살타주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리튬 생산 설비 공사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포스코홀딩스 현지 관계자는 이렇게 강조했다.
포스코그룹 경영진은 2010년 리튬의 가능성에 주목해 산하 연구기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을 통해 기술 확보에 나섰고, 2012년 염수에서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에는 염수를 모아 약 12개월 가까이 자연 증발시켜 리튬을 얻었지만, 포스코그룹의 신기술은 화학 반응을 활용해 리튬 추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2022년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 짓기 시작한 염수리튬 1단계 공장은 리튬 생산량, 에너지 효율, 환경까지 모두 확보한 기술의 산물이다. 염수에 녹아 있는 리튬을 뽑아내는 비율(수율)은 40% 선이던 기존 기술에 비해 훨씬 높은 85%가 됐다. 에너지 소비량도 낮아 향후 태양광 발전만으로 공장을 돌릴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 덕분에 2조4500억 원의 과감한 투자도 할 수 있었다.
전기차 생산 증가로 배터리에 사용될 리튬 수요가 늘고는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와 리튬 과잉 공급으로 인해 리튬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최근 나온다. 리튬 사업의 경제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 속에서 포스코그룹이 결국 강조한 건 기술력이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최근 기업연구소 보유 500개사를 대상으로 한 ‘2023년 R&D 전망조사’에서 투자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25%로 확대(18.6%)를 넘었다. 하지만 모두가 어려려워하는 시기일수록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한 건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 인기 드라마에 대기업 총수로 나오는 인물이 1990년대 중반 “이제는 기술 장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반도체 투자를 지시하는 모습이 나온다.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를 만든 건 과감한 R&D를 통한 기술 확보 덕분이었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압도적 기술력이 필수다. 한국이 ‘제2의 삼성전자’와 ‘제2의 포스코’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R&D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 기업들의 R&D가 멈추지 않도록 국가적인 지원도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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