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는 산업계가 올해 4분기(10∼12월)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암울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 시작하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수요 침체 쇼크가 국내 반도체 업계의 4분기 실적에도 찬바람을 몰고 올 예정이다. 앞서 22일(현지 시간) 미국 최대 메모리 업체이자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이 9∼11월 1억 달러(약 1284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7년 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서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 평균치)는 7조39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66% 급감했다. 3개월 전 추정치인 11조4062억 원 대비 무려 35.2%가 감소했다. 그만큼 반도체 시장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의미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이번 분기 영업이익을 6조5000억 원으로 내다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시작된 2020년 2분기(6조4473억 원)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7조 원을 밑돌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보다 메모리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는 더욱 힘든 상황이다. 4분기 영업손실 전망치가 64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3개월 전 1조7413억 원 영업이익 전망에서 급속히 추락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적자 추세가 내년 상반기(1∼7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SK하이닉스는 앞서 마이크론, TSMC 등 글로벌 경쟁사들에 이어 내년 투자 규모를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그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밝혀온 삼성전자도 내년부터는 감산 계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4분기 낸드 적자를 시작으로 내년 1분기는 반도체(DS)부문 적자, 23년 2분기엔 D램까지도 영업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부터는 공급 조절에 동참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LG전자도 보릿고개에 진입했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2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1% 감소했다. 내년 1분기(1∼3월)엔 하락 폭이 더욱 깊어져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43.2% 꺾일 것으로 전망됐다. 포스코홀딩스(전년 동기 대비 ―64.5%), 롯데케미칼(적자 전환), GS건설(―28.47%) 등 원자재가 장벽에 부딪힌 철강·석유화학·건설 업종도 4분기를 기점으로 본격 불황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날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를 81.8로 발표했다.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기업들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인 EBSI는 100보다 낮으면 전 분기 대비 악화될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번을 포함해 국내 수출 기업들은 4분기 연속으로 기준선 100을 하회할 것이란 관측치를 내놨다. 세부 항목별로 살펴보면 수출제품 제조원가(71.1), 수출대상국 경기(79.9), 국제수급(81.1) 등이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산업 품목별로는 반도체의 EBSI가 73.5로 수출 경기 전망을 어렵게 보는 기업이 많았다. 지난해 3분기(7∼9월)는 114.3, 4분기(10∼12월)는 112로 낙관적 전망이 많았지만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내년 1분기 반도체 부문의 수출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3개 항목 복수응답)에는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24%), ‘수출대상국 경기 부진’(18.7%), ‘물류비용 상승’(14.7%), ‘원화환율 변동성 확대’(13.3%) 등을 꼽았다.
전망이 가장 부정적인 품목은 석유제품(49.7)과 가전(55.7)이었다. 석유제품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수출 단가가 하락하며 큰 폭의 수출 감소세 전환이 예상됐다. 가전도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지속되며 주요 수출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실적 감소가 전망됐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의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가 위태로울 것이라는 전망이 일관되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과 세제 정책 등 정부 정책 결정 시 시장 파급 여파를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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