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까지 공공기관 인원을 1만2000명 줄이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 인력과 부채가 크게 늘어 방만 경영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중대재해 예방 등 안전을 담당하는 인력은 늘린다.
기획재정부는 2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공기관 정원 44만9000명 중 1만2442명(2.8%)을 줄이기로 했다. 공공기관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만 1만1081명의 정원을 구조조정 한다. 정부는 연간 7600억 원 가량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각 기관의 비핵심 업무를 조정하고, 서비스 수요가 적은 조직을 줄일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국관광공사는 튀르키예 이스탄불과 중국 시안, 우한에 설치한 해외지사 3곳을 폐쇄한다. 한국조폐공사는 주요 기능인 은행권 지폐 발행, 여권용 보안용지 제조와 무관한 기념메달 사업을 폐지한다.
안전 분야 인력은 646명 늘리되 신규 채용보다는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2,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원을 조정하고 인위적인 감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신규 채용의 축소는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공사, 구조조정 규모 가장 커…안전인력은 감축 안해
26일 정부가 의결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및 조직, 인력 효율화 계획’에 따르면 공기업 가운데 정원 구조조정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철도공사(722명)다. 한국전력공사(496명), 한국마사회(373명), 한국토지주택공사(22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준정부기관 중에선 정원이 1만 명이 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43명으로 감축 인원이 가장 많았다. 정원 대비 감축률은 대한석탄공사가 21.2%(139명)로 가장 높았다.
특히 정부는 기능 조정을 통해 7000명이 넘는 인원을 줄이기로 했다. 민간, 지방자치단체와 기능이 겹치거나 비(非)핵심 혹은 수요가 줄어든 업무를 축소해 정원 감축에 나선다. 분당과 일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운영은 민간에 넘기고, 북악산 한양도성 탐방사업도 서울시로 업무 이관을 추진하는 식이다.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돼 필요성이 줄어든 통행료 수납 같은 기능도 축소한다. 업무 통합이 가능한 부서들은 묶고 해외조직은 효율화하는 등 조직과 인력 효율화를 통해 4867명을 줄인다.
다만 안전인력은 감축하지 않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관들이 제출한 필수 안전 인력은 정원 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관련 재배치 요구는 모두 수용해 총 646명을 안전 분야에 재배치한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정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이 적극 추진되면서 5년 새 11만 명 넘게 늘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350개 공공기관의 정원은 43만8000명이다.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33만4000명)보다 11만5000명(34.4%) 늘어난 규모다. 자산이 2조 원이 넘거나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어야 하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39곳의 올해 말 부채 규모는 632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공공기관 신규 채용 축소를 최소화할 방침이지만 내년 청년 일자리 시장은 더욱 빠르게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공공기관 인원 축소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내년 경기 침체와 맞물려 청년 채용시장 위축이 우려된다. 공공기관 인력을 너무 급작스럽게 줄이기보다는 점진적으로 효율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청년인턴 채용은 확대된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내년 공공기관의 여건이 녹록치는 않지만 ‘체험형 인턴’을 올해보다 2000명 늘어난 약 2만1000명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공공기관과 협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세종=서영빈 기자 suhcrate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