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국내 주택시장에 차가운 한기가 감돌고 있다. KB부동산 통계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1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하는 11월 서울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 또한 79.1로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년 고금리 유지 전망이 우세해 부동산 시장 하락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서울 주요 대단지 아파트부터 급매물 체결이 대거 늘어나고 가파른 호가 하락도 나타나고 있다.
사실 국내 건설업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더 신경 쓰이는 점은 분양시장 동향이다. 주택유통시장의 시세 하락이 완연한 데 비해 주요 원재료(시멘트·철근) 가격과 노무비 상승으로 인해 분양가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어 투자수요 이탈이 나타나며 청약 열기가 가라앉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대출규제와 실거주 의무, 전매제한 등 청약 결정에 다수의 제도적 장벽이 남아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제는 건설사들도 미분양 위험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때다.
분양시장이 흔들릴 경우, 금융권 부실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점점 빠르고 과감해지고 있다. 특히 이번 12·21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했던 직전 정책(10·26, 11·10)과는 다르게 다주택자 대상 세제개편안과 대출규제 완화가 주된 내용이었다.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서는 현금자산이 풍부한 다주택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불가피하며, 실수요자를 위한 주거 지원 이상으로 경착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정부의 상황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주택가격 하락을 야기한 주요 요인인 고금리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지원만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견인할 수 있을지 의문도 생긴다. 다만 과거 금리인상기였던 2005∼2008년, 2010∼2012년, 2017∼2019년 기간에도 주택 가격이 상승했던 점을 고려하면 금리가 부동산 시장을 결정하는 절대지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금리 부담이 높아진 대신, 세금 부담은 낮아지고 대출 접근성은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추가적인 정책 완화 발표가 이어진다면 물밑에 있던 주택 매수 심리가 점차 살아나며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는 보기에 따라 기회일 수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높은 브랜드 선호도, 우수한 입지 확보 등을 바탕으로 주택시장 점유율을 늘려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건설업종 전반에 모멘텀이 부족해진 것은 사실이나 상처 없이 위기를 극복하고 금리완화기에 수혜를 입을 기업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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