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빌라왕’ 김모씨 등으로부터 전세사기를 입은 피해자들이 법 사각지대에 놓인 다양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인 소통과 피해구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배소현 빌라왕 김모씨 피해자 단체 대표는 27일 오전 세종 국토교통부 청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국토부에서는 TF를 발족해 상황 해결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지난 22일 전세보증보험 가입자에게는 상속문제에서 벗어나 이행청구를 진행할 근거를 마련해줬지만 피해자 절반은 미가입자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집계 결과 현재 김씨가 보유 주택 1139채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전체 임차인의 절반가량인 614명이다. 여기에 지난달 말 기준 김씨가 직접 가입한 임대인 보증보험 가입자도 44명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전액이 아닌 일부 보증으로 가입된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 대표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분들은 경매를 진행해 낙찰자를 구하거나 본인이 직접 낙찰을 받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임대인이 사망하다보니 경매가 지연되고, 선순위로 잡힌 미납 세금 때문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김씨가 소유한 주택들은 공인중개사, 건축주 등과의 자전거래를 통해 시세보다 더 높은 가격에 매매거래가 체결됐고, 때문에 경매를 통해 주택을 매각하더라도 전세보증금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김씨가 체납한 62억원 상당의 종부세 때문에 임차인들은 경매 신청을 해도 선순위 조세채권에 밀려 경매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으며, 코로나19·고금리 기조 등 이유로 법원 경매가 상당히 밀려있어 경매 진행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피해자들은 “상속대상자가 상속포기시 세금을 소멸시키거나 최소 특별예외조항을 신설해 경매신청시 당해세 안분처리 원칙으로 조세채권 일정금액 납부시 경매를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거나 “공매에도 임차인 보증금에 대한 상계제도를 도입해 임차인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또 전세사기 피해로 어쩔 수 없이 경매 낙찰을 받은 임차인들의 경우 생애최초 특별공급 신분을 상실하고, 주택담보대출이 전세자금대출의 절반도 나오지 않는 부분도 지적하며 “경매 낙찰 피해자들의 생초 특공 신분을 계속 인정하고, 이들에 한해 80% 한도 경락잔금대출을 전리에 제공해달라”는 등의 요구도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임대인 보증보험 일부 가입자 ▲법인명의 계약 임차인 ▲근린시설 계약 피해자 ▲20대 송모씨 사망 피해자 ▲40대 정모씨 사망 피해자 등 다양한 종류의 피해자들이 참석했다.
임대인 일부보증 가입자 박모씨는 “일부보증 가입자는 전액의 40%만 보상받을 수 있고 나머지는 경매를 통해야 보전받아야 하는데, 임차인이 낙찰을 받게 되면 또 HUG가 임차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받은 돈을 그대로 다시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HUG의 특별매각조건(구상권 포기)은 베일에 싸여 그 조건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임차인들의 동의 없는 일부보증으로 인해 임차인이 피해를 입었으므로 HUG가 특별매각조건에 빌라왕 피해자도 포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가 설립한 법인과 계약한 한 피해자는 “법인 명의 계약자는 보증보험 보증 이행 및 대출연장 등이 불가능하지만 국토부 및 HUG로부터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빌라왕 김씨 외에도 임대인이 사망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이들도 이날 피해를 호소했다. 40대 임대인 정모씨 사기 피해자 김모씨는 “지난해 7월30일 임대인이 사망했는데 그 전날인 29일까지 계약한 사람들이 있다”며 “임대인이 너무 빨리 사망해서 보증보험 가입도 거절 당하고, 형사고소를 해도 공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관련자들 수사도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배 대표는 이와 관련해 “HUG에도 임대인 사망이 저희가 절대 선례가 아니라고 계속 말씀을 드렸는데, 임대인 사망 선례가 저희보다 1년도 더 전부터 있었음에도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며 “정부가 너무 늑장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뿐만 아니라 보증보험 가입자들 역시 임차권 등기를 위한 ‘상속대위등기’ 과정에서 한 가구당 55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의 취득세를 대신 부담해야 한다”며 “대출 연장도 은행별, 지점별로 말이 다 다르다. HUG와 HF가 적극 협조해 대출연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지난 22일 간담회에서 단체와 소통을 하실 것처럼 말씀하셨지만 제게 연락 온 것은 한 건도 없었다”며 “정부 측이 사례별 피해자 대표들과 주간 미팅을 진행하고, 대표단과 신속한 소통을 위한 핫라인도 개설해 중간 현황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외에도 피해자들은 ▲악성경제 사범에 대한 검찰의 처벌강화 ▲악성임대인 주택 임차인에 공지 의무화 법안 마련 ▲주택 매입 사전심의 강화 ▲HUG 간담회 불참자에 추가 정보 공유 등을 정부 측에 요구하며 이날 오후부터 국토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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