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신임 기금이사(기금운용본부장·CIO)로 임명된 서원주 전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57·사진)이 KT와 포스코 등 지분이 여러 곳으로 분산된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관행에 경고 메시지를 냈다. 기금운용본부장은 949조 원(작년 말 기준)에 이르는 국민의 노후 자산을 굴리며 국내외 산업계와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이사추천위원회 추천과 보건복지부 장관의 업무수행계약 승인을 거쳐 27일 서 본부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서 본부장의 임기는 2년이다.
서 본부장은 이날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금운용의 장기적 리스크는 줄이면서 안정적 수익률을 내기 위해 수탁자책임활동, 예컨대 투자 대상 기업들의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위한 주주권 행사 등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겠다”며 “투자 대상 기업들의 합리적 지배구조와 관련한 주주권 행사, 주주 가치 제고 등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내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서 본부장은 최근 KT와 포스코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이러한 소유 분산 기업들이 CEO 선임을 객관적,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해야 불공정 경쟁이나 셀프연임, 황제연임 우려가 해소되고 주주 가치에 부합한다”면서 “이사회 내부에서 기회를 차별하거나 외부인 참여를 제한하면 주주들은 잠재 후보를 모른 채 한 사람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KT는 최근 별도의 공모 절차 없이 구현모 CEO의 연임을 추진하려 했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내부자에게 유리한 이 같은 선출 방식에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구 대표는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원점에서 CEO 선출 작업을 다시 진행 중이다.
서 본부장은 “내부와 외부에서 최적임을 찾을 수 있도록 후보자 공모를 통해 제한 없이 기회를 줘야 한다”며 “셀프연임 우려가 없도록 추천위원회를 명망 있는 중립적이고 새로운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해야 공정성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KT에서 좋은 관행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재차 압박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서 본부장은 삼성생명보험에서 자산운용 및 투자 경력을 쌓았고, PCA생명보험(현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본부장을 거쳐 2019년부터 3년간 공무원연금공단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자금운용단장을 지냈다. 전임이었던 안효준 이사는 2018년 10월 취임 이후 두 차례 연임한 뒤 올 10월 물러났다.
서 본부장은 올 들어 증시 침체로 손실을 본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 최대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운용 전문성과 투자 역량을 모아서 리스크를 철저히 감안하고 포트폴리오와 투자 전략을 유연하게 실행해 더 나은 성과를 이뤄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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