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 집값은 안녕하신가요? 고군분투 중인 전 세계 주택시장[딥다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8일 08시 00분


주가는 급락해, 채권가격도 떨어져. 물가는 치솟는데, 대출금리까지 덩달아 올라. 경제에 암울한 뉴스가 가득한 한 해였는데요. 이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글로벌 주택시장.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무섭게 올랐던 집값이 속절없이 꺾이기 시작한 게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 주택시장 대부분이 동반 침몰 중입니다. 주식시장과 달리 우리가 해외 부동산 시장엔 별 관심이 없다보니 잘 모를 뿐이죠. 딥다이브가 주요국의 올해 집값 추이를 들여다 봤습니다. 참고로 국가별로 온도 차이가 꽤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집값이 크게 떨어진 국가들엔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올 한해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국가는 어디일까요? 정답은 조금만 더 읽으시면 아실 수 있고요. 참고로 한국은 하락률 기준으로 무려 3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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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금리 충격? 나라 별로 따져보자. 게티이미지
부동산 거품? 금리 충격? 나라 별로 따져보자. 게티이미지
캐나다와 스웨덴, 뉴질랜드의 공통점
최근 캄리 씨는 아내와 함께 차에 앉아 구매 희망자들이 토론토 교외에 있는 자신의 타운하우스를 둘려보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현재 3주택자인 그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집값이 급등하는 걸 보고 빚을 내서 주택 두 채를 구입했죠. 하지만 두 대출 모두 올 연말에 만기가 돌아오고, 다시 대출을 받기엔 이자율이 감당할 수 없게 높아진 걸 알고 결국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주택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매년 사람들은 집값이 앞으로 떨어질 거라고 말했지만 (예전엔) 매년 그렇지 않았어요. 막상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급속히 진행됐죠.”

최근 블룸버그 기사에 소개된 캐나다 다주택자 사례입니다. 팬데믹 기간(2020~2021년) 동안 50%나 급등했던 캐나다 주택가격은 올해 들어 9개월 연속 하락 중입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 1월 0.25%에서 12월 4.25%로 무섭게 인상했는데요. 저금리를 틈타 ‘영끌’해서 주택을 여러채 사들였던 투자자들부터 나가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 캐나다의 ‘부동산 불패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
캐나다 토론토. 캐나다의 ‘부동산 불패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
캐나다의 집값 하락세는 옆나라 미국과 비교해도 가파른데요. 두 나라의 결정적 차이가 있으니, 바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비중.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달리, 캐나다 주택담보대출은 절반 넘게 변동금리 또는 만기 1~2년짜리 단기 고정금리 대출입니다. 1~2년 전 연 1.5%도 안 되는 싼 금리로 빚을 잔뜩 냈던 대출자들이 이제 연 5% 넘는 금리를 감당해야 하니 휘청거릴 수밖에요.

사실 캐나다는 ‘부동산 불패론’이 팽배했던 나라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캐나다 집값은 잠깐 하락(-9%)했을 뿐, 곧바로 다시 회복했죠(금융위기 당시 미국 집값은 40% 가까이 폭락).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 바로 인구입니다. 캐나다는 끊임없이 이민자가 몰려들어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선진국이거든요. 그래서 지난 20여 년 동안 캐나다에서 ‘집은 사두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자산‘으로 통했습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최근 깨진 겁니다. 로이터의 최근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캐나다는 주요국 중 내년에 집값이 가장 많이(-10%) 떨어질 나라로 꼽혔죠.
금리인상에 휘청거리는 건 캐나다 주택소유자만이 아닙니다. 2022년 집값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국가, 바로 스웨덴인데요. 올해 초 정점과 비교할 때 집값이 무려 14%나 급락하면서 스웨덴 부동산시장은 거의 폭탄 맞은 분위기라고 합니다.

스웨덴 주택경기는 1990년대 이후 30여 년 만에 최악이라는데요. ‘세계 주택경기 침체의 선두주자’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락률 2위(뉴질랜드 -11%)나 3위(한국 -8%)와 비교해도 하락속도가 아주 빠른데요(영국 부동산회사 나이트프랭크 통계). 북유럽 강국 스웨덴 경제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올해 집값이 많이 떨어진 국가들. 올해 최고점일 때와 최근 집값을 비교한 수치다. 나이트프랭크 보고서 캡처
올해 집값이 많이 떨어진 국가들. 올해 최고점일 때와 최근 집값을 비교한 수치다. 나이트프랭크 보고서 캡처
올해 초까지 스웨덴 주택시장은 유럽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장이었습니다. 만성적인 주택 부족에 시달리는 스웨덴에선 저렴한 변동금리 대출로, 그것도 이자만 내면서(원금은 만기 일시상환) 집을 장만할 수 있었는데요. 한동안 주택담보 대출이 하도 급증해서 중앙은행 총재가 “화산 위에 앉아있다”면서 걱정했을 정도였죠.

그리고 마침내 스웨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연초에 0%였던 기준금리를 11월 말엔 2.5%까지 끌어올렸죠. 2.5%이면 별로 안 높다고요? 스웨덴은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기준금리가 제로 또는 마이너스였습니다. 무려 8년 동안 이어진 ‘제로 이하 금리’ 시대의 막을 내린 것이니 엄청난 변화였죠.

문제는 스웨덴 주택담보대출의 80%가 변동금리라는 점. 대출자들이 내야 할 이자가 몇 달 만에 3배로 뛰어버렸습니다. 게다가 집값은 뚝뚝 떨어지고 있으니, 젊은 주택구매자들은 난생 처음 겪는 집값 하락에 패닉이라는데요. 심지어 내년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5%까지 더 올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주택가격이 10% 더 떨어질 거란 무서운 전망까지 나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항공뷰. 게티이미지
스웨덴 스톡홀름의 항공뷰. 게티이미지
지난해 뜨거웠던 시장일수록 차갑게 식고 있다는 사실은 뉴질랜드 주택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집값은 팬데믹 기간 동안 전국 평균으로도 40%나 올랐죠. 지난 7년 동안엔 거의 2배가 됐다는데요. 올해는? 2월 말 정점을 찍은 뒤 빠른 속도로 하락 중입니다. 특히 수도인 웰링턴 집값은 1년 전보다 17.3%나 떨어져 전 세계에서 가장 집값 하락이 큰 도시로 꼽힙니다.

역시나 뉴질랜드도 저렴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 불러왔던 ‘부동산 광풍’이 부메랑이 됐습니다. 이미 6%까지 오른 뉴질랜드 대출금리는 내년엔 8%로 치솟을 전망인데요. 그동안 집값이 너무 과도하게 올랐었기 때문에 “정점에서 20% 하락한다고 해도 질서정연한 연착륙으로 간주될 것”(ANZ 샤론 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이란 냉정한 분석도 나옵니다.
뉴질랜드 웰링턴. 세계 주요도시 중 가장 집값이 많이 떨어진 도시로 꼽힌다. 게티이미지
뉴질랜드 웰링턴. 세계 주요도시 중 가장 집값이 많이 떨어진 도시로 꼽힌다. 게티이미지
프랑스와 일본의 공통점, 터키의 특이점
전 세계 중앙은행에 금리 인상에 나서면 집값이 꺾이는 건 너무 당연한 현상 아니냐고요? 네, 물론 대출금리는 부동산 시장의 매우 중요한 변수입니다. 그런데 금리인상의 파장이 모든 나라에서 똑같이 나타나는 건 아니죠. 집값이 의외로 안 빠지는 곳도 있는 겁니다.

프랑스가 대표적인데요. 집값이 지난해처럼 오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별로 떨어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내년에 집값이 오히려 오를 거란 전망이 파다한데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일단 금리가 올라도 주택소유자들이 별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대부분 장기 고정금리로 대출을 이용했기 때문이죠. 코로나 때 이미 저렴한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놨으니 당분간 큰 걱정이 없습니다.

게다가 프랑스 집값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싼 편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해외, 특히 미국 구매자들에게 매력적인데요. 유로화 약세로 인해 파리에 집을 사려는 외국인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에겐 파리 주택이 ‘바겐세일’ 중인 느낌이랄까요? 코로나와 재택근무 트렌드로 반짝 인기를 끌었던(세컨드 하우스 수요) 프랑스 휴양지는 집값이 떨어질 수 있지만, 파리 주요지역은 인기가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이건 마치 일본 아파트(맨션)가 엔화 약세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현상과 비슷한데요.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가계부채가 적은 국가라면 금리인상기에도 위험이 덜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프랑스∙일본∙이탈리아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죠.
프랑스 파리.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그동안 덜 올랐고 장기 고정금리 비중이 높다. 게티이미지
프랑스 파리.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그동안 덜 올랐고 장기 고정금리 비중이 높다. 게티이미지
집값이 안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무서운 속도로 오르는 특이한 나라도 있긴 합니다. 바로 튀르키예인데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튀르키예 주택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무려 190% 급등했다고 합니다.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상승률인데요. 심지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가격 상승률로도 57%나 됩니다. 다른 물가보다 집값이 유독 더 크게 뛰었다는 거죠.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자 외국인 구매자들이 몰려든 탓인데요. 튀르키예 부동산을 사서 시민권을 얻으려는 러시아인이 특히 많다는군요. 집값이 오르자 임대료까지 덩달아 뛰어서 튀르키예 서민들이 월세를 감당 못해 집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튀르키예 전국 평균 집값은 1년 동안 190%, 이스탄불은 200% 넘게 뛰었다. 게티이미지
튀르키예 이스탄불. 튀르키예 전국 평균 집값은 1년 동안 190%, 이스탄불은 200% 넘게 뛰었다. 게티이미지
‘금융위기 2.0’ 걱정은 없다?
정리하자면 ①집값이 지난해까지 몇 년 동안 집값이 급등했으면서 ②변동금리 대출이 많고 ③가계부채가 빠르게 급증한 나라들부터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졌습니다. 그 조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국가를 거론하자면 캐나다∙뉴질랜드∙호주∙스웨덴∙영국, 그리고 한국입니다.

‘거래절벽’이라며 큰일난 것처럼 기사가 쏟아지는 미국 주택시장은 알고 보면 꽤 탄탄합니다. 거래는 줄었는데도 가격은 아직은 안 빠지고 있으니까요(전월 대비로는 하락이지만, 1년 전 가격과 비교하면 아직 상승 중).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인데요. 미국 주택시장, 특히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그때와 완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모기지 회사들은 대출을 내줄 때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됐는데요. 덕분에 고신용자(신용점수 760점 이상)가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합니다(금융위기 땐 이 비율이 25%에 불과). 금리가 올라도 여전히 빚을 갚을 여력이 있다는 뜻이죠. 게다가 장기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져서 금리인상에도 별 충격이 없고요. 미국에서도 집값이 내년엔 빠질 거란 전망이 나오긴 합니다(모건스탠리 4% 이상 하락 전망). 하지만 적어도 200만건이 넘는 주택 압류가 발생했던 2009년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내년 글로벌 주택시장을 두고 험악한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IMF는 심각하게 부정적인 시나리오라면 2년 동안 신흥국 주택 실질가격(실질 가격)이 25%, 선진국은 10% 하락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죠. 집값이야 오를 때도, 떨어질 때도 있는 법이긴 하지만 워낙 주택시장이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집값 폭락은 경제에 큰 충격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무엇보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대출이자 부담은 늘어난 주택소유자들이 소비를 줄이면 어쩌나 하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죠.

현재로선 “2006~2008년 금융위기 때 같은 주택시장 붕괴가 되풀이 되진 않을 것”(크리스티나 아벨래즈 모건스탠리 글로벌이코노미스트)이란 전망에 기대고 싶은데요. 하지만 “계속되는 대출금리 급등은 내년에 일부 시장을 가파른 하락세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아담 슬래터 옥스포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미스트)는 경고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By. 딥다이브
부동산 시장은 늘 핫이슈이지만, 정작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은 어떤지 그동안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여러나라들을 훑어보았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글로벌 주택시장이 동반 침몰 중입니다. 코로나 때 집값이 많이 올랐던 나라일수록 더 일찍, 더 많이 집값이 빠지고 있습니다.

-스웨덴, 뉴질랜드, 캐나다 같이 집값이 급락한 국가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너무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대출이 깐깐해진 미국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데요. 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만큼 새해에도 글로벌 주택시장은 더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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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다이브#주택시장#집값#부동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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