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강서구 티웨이항공 본사에서 만난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올 초 중장거리 항공기 ‘에어버스 A330-300’을 도입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1등 저비용 항공사(LCC)가 되기 위해 중장거리 노선을 갈 수 있는 대형기 도입으로 지각 변동을 일으켜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의 대형기 도입은 시점 자체가 항공업계에서는 화제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막 확산하던 시기 내린 투자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A330 도입은 3, 4년 전부터 고민해 왔다”면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리스료가 매우 저렴해졌는데 그때가 도입 적기라고 봤다”고 말했다. 전 세계 항공업계가 생존을 걱정하던 위기의 순간에 오히려 미래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티웨이항공이 도입한 A330-300은 항속거리가 약 1만 km로 싱가포르를 넘어 호주와 동유럽까지 갈 수 있는 중장거리용 항공기다. 국내 LCC들은 주로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에서만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LCC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티웨이항공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카드’로 대형기 도입을 선택한 것이다.
티웨이항공은 A330-300을 도입하면서 기내 좌석에 달린 모니터(AVOD)를 없애고 경량화된 시트를 적용했다. 더 가벼워진 만큼 연료 효율성도 높아졌다. 모니터가 없는 대신 저렴한 운임 적용이 가능해졌다.
23일 정식 취항한 인천∼시드니 노선에 이 항공기를 투입했다. 호주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물론이고 호주의 콴타스항공과 젯스타 등도 취항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티웨이항공은 호주의 로컬 항공사와 협력해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정 대표는 “버진오스트레일리아 등 호주 내 LCC들과 협력해 노선 네트워크를 넓혀갈 계획”이라며 “기존 대형 항공사들보다 운임이 저렴하고 주 4회 운항한다고 설명하니 호주 교민들과 유학생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했다. 인천∼시드니 구간은 티웨이항공을 이용하고, 시드니에서 호주 내 다른 도시나 인근 국가로 갈 때는 호주 로컬 항공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내년 상반기(1∼6월) 중 티웨이 멤버십을 운영할 계획도 소개했다. 1년 동안 일정 금액을 내면 항공권과 각종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일종의 구독 멤버십이다. 정 대표는 “구독료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확실한 충성 고객층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티웨이항공은 내년 하반기(7∼12월) 현재 3대인 A330-300 항공기를 2대 더 들여올 예정이다. 항공기가 추가되는 만큼 승무원도 충원해야 한다. 운항 승무원은 선제적으로 올해 30여 명을 채용했다. 내년에는 객실 승무원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 과감하게 대형기에 투자한 정 대표의 결단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자금 경색이 심해져 매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상증자와 금융권 도움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다 9월에서야 여행 수요가 풀리며 현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내년에는 코로나 이전의 매출을 넘어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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