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방음터널 화재]
개방 공간 있으면 화재시 온도 반감… 유독가스 농도도 절반 이하 떨어져
민자고속 터널 25곳중 18곳 밀폐형… 국토부, 전국 150여곳 전수조사 방침
5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친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와 관련해 소음 방지에만 치중한 밀폐형 구조가 사고 피해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음터널 일부만 개방해도 화재 발생 시 온도와 연기 확산 속도가 낮아 대피에 유리하지만 민원과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개폐시설을 넣지 않는 관행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 민자고속도로 방음터널 상당수가 밀폐형
방음터널 형태는 밀폐형, 측면개방형, 상부개방형으로 나뉘는데 사고가 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은 입출구 외 개방공간이 없는 밀폐형이었다. 30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 터널을 포함해 국가 관리 민자고속도로 25곳 중 18곳이 밀폐형 구조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시 개방시설이 꼭 필요하지만 민간 개발의 경우 소음 발생 민원과 개폐시설 설치에 따른 추가 비용 때문에 밀폐형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개방구 유무는 화재 피해 규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고속도로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안전 및 방재대책 수립 연구’ 보고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m 높이 벽(방음터널 높이 7m)을 둔 아치형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개방된 공간이 없으면 화재 발생 5분 만에 연소지점에서 243도까지 오른다. 터널 화재 골든타임인 10분이 지나면 온도가 554도까지 치솟는다.
반면 측면 벽을 일부 개방하면 온도 상승 속도와 폭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같은 조건에서 측면 벽의 1.5m(방음터널 높이 약 5분의 1)를 개방하자 화재 발생 5분 후 연소 지점 온도는 138도였고 10분 후에는 267도까지만 올랐다. 일산화탄소(CO) 농도도 절반 이하였다.
사고 터널은 교량 상부에 있어 피난연결통로 등 대피 시설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정광량 한국기술사회 부회장은 “화재 위험이 높은 소재를 쓰면서도 피해를 낮출 안전방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 방음터널은 지상에 있다는 이유로 소방시설별 설치 수량, 간격 등 화재안전기준도 적용되지 않는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가연성 아크릴(PMMA) 소재 전국에 6곳
이날 국토부가 국가 관리 방음터널 55곳의 소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연성 아크릴 소재(PMMA)가 쓰인 곳은 사고 터널을 비롯해 금토대교 2곳, 수성 나들목(IC) 인근 대구부산선 내 3곳, 무안광주선 내 1곳 등 총 6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에서 관리하는 무안광주선 1곳 외 나머지는 모두 민자고속도로 터널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폴리카보네이트(PC)는 47곳, 강화유리는 2곳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방음터널은 제외된 것이라 화재에 취약한 소재를 쓴 방음터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자체 관리분까지 포함해 총 150여 곳으로 추정되는 방음터널을 전수조사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2월 감사원에서 방음터널 방음판 재질의 안전기준을 보강해야 한다는지적을 받고도 기초자료 수집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화재에 취약한 소재를 쓰는 방음터널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소재를 변경하도록 하는 한편 이미 지어진 방음터널은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조치를 보강하겠다”며 “그동안 정부의 업무 태만으로 기준이 미비했던 것에 철저히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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