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달 6년 만의 완전 변경 모델로 돌아온 BMW 7 시리즈의 순수 전기 모델 i7의 가격은 2억1000만 원대. 6세대 BMW 7 시리즈 가솔린 모델(740Li)은 1억6000만 원 중후반 대였으나 마력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전기차 모델은 약 5000만 원 비싼 것이다. 6세대 모델에 준중형 국산 세단을 하나 더 살 수 있는 값을 지불해야만 신형 BMW 7시리즈 전기차 모델을 살 수 있는 셈이다.
#2.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전기차 ‘GV60’는 지난 달 2023년형 연식 변경 제품을 내놓으면서 모델별에 따라 가격을 약 370만~500만 원 올렸다. GV60은 1년 3개월 전 첫 출시 당시 5990만 원에서 시작했으나, 이제 6493만~7406만 원대을 지불해야 할 수 있게 됐다.
올해도 차 가격이 치솟는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급화 추세와 부품 품귀로 카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추세였고, 올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신차가 대거 등장하면차 값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판매에서 ‘1억 5000만 원 이상’ 최고급 승용차의 판매 비중은 2018년에 4.09%였으나 2019년 3.27%, 2020년 3.94%, 2021년 6.89%, 2022년 1~11월 8.85%로 상승했다. 2018년과 비교해 2022년 고가 승용차의 판매 비중이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1억~1억5000만 원’의 고급 승용차 비중도 2018년에 6.0%, 2019년 8.57%, 2020년 11.77%, 2021년 16.7%, 2022년 1~11월 16.98%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여줬다.
카플레이션 현상은 국산과 외산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에는 3046만 원이었던 국산 승용차 평균값이 2021년에는 3277만 원, 2022년 상반기에는 3511만 원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신규 등록된 수입 승용차 가격도 2020년에는 6309만 원이던 것이 2021년에는 7117만 원, 2022년 상반기에는 7834만 원으로 2년 사이에 약 1500만 원이 튄 모양새를 보였다.
카플레이션을 이끌고 있는 축으로는 전동화가 꼽힌다. 전기차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값이 추가되는 데다가, 차량용 반도체도 내연기관 대비해 2배 이상 많이 소요돼 출고가도 더 비싸게 책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순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량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과 완전히 다른 만큼 가격 상승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차 가격이 비싸졌지만 절감되는 연료비를 계산하면 엄청난 인상폭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경기 침체로 소비 여력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소비자들은 전기차의 높은 가격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올해 대형 SUV 전기차의 출시가 줄줄이 예고되며 차량 가격 인상을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아는 상반기(1~6월) 중에 현대차그룹이 처음 내놓는 준대형 SUV 전기차인 ‘EV9’을 출시 예정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대형 전기 SUV ‘더 뉴 EQS SUV’를, 폴스타도 대형 전기 SUV인 ‘폴스타3’를, 도요타는 쿠페형 전기 SUV인 ‘렉서스 RZ450e‘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국내 고가 차량 수요가 어느 정도 단단해졌다고 판단해 전기차도 고급화 경쟁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SUV 전기차는 차체 자체가 큰 데다가 고급형이기 때문에 가격도 당연히 비싸게 책정될 것”이라며 “올해 경제 침체가 예상되지만 차량 구입 수요가 여전히 밀려있기 때문에 한동안 카플레이션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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