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에 진심인 기자가 새로운 정육점을 추천받았습니다. 2016년 업계 최초로 도축된 지 4일 이내의 ‘초신선 돼지고기’를 선보인 푸드테크 스타트업 정육각입니다. 손질 후 최대 45일까지 판매할 수 있는 시중 제품들과 달리 박테리아 증식으로 인한 잡내가 없고 육즙 손실이 덜하다고요.
올해 기준 3회 이상 주문 고객 잔존율은 98%, 누적 이용자 수가 130만 명에 달합니다. 당일 생산한 닭고기와 달걀 및 우유, 밀키트 판매까지 사업의 외연을 넓히며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시리즈 D(누적 117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죠.
초신선 콘셉트를 기획한 이소해 정육각 이사(CMO)를 만나봤습니다.
작업반장이 된 IT
정육각은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입니다. 일반 정육점과는 이름부터 차이가 있죠. 부위별 도축일자를 확인 후 낮 12시까지 주문하면 수도권 기준 당일배송, 수도권과 대전 및 세종 지역에서 저녁 8시까지 주문할 경우 익일 새벽배송됩니다.
김포에 위치한 정육각의 스마트 팩토리_출처 : 정육각 축적된 구매 데이터와 날씨 및 요일을 기준 삼아 산출된 예상 수요량만큼 원육을 발주하는 것이 첫 번째. 부위마다 25kg씩 상자에 담겨 ‘박스육’이라고 불립니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각 배송 출발 시점에 최대한 가깝게 실시간으로 손질 시작. 박스육의 진공 포장을 뜯는 즉시 산패가 발현되므로 주문이 들어온 후 빠르게 가공하는 온디멘드(On-Demand) 시스템을 차용한 겁니다. 수요량 예측 시스템의 정확도가 높아 재고를 최소화하고 있죠.
배송 과정에선 자체 개발한 물류 솔루션 정육각 런즈(Runs)가 활약합니다. 구역별 담당 기사가 출발지와 마지막 배송지를 설정하면 최적화된 루트 및 중간에 경유 가능한 배송지를 표시해 줍니다.
주문 정보와 배송 내역을 통합 관리하기에 개발할 수 있었다고요. 오배송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퇴근지를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어 기사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숙성 과정을 거친 소고기 안심_출처 : 정육각 소비자가 필요한 양만큼 구매해 끝까지 신선함을 맛보도록 배송비 할인에도 방점을 찍었습니다. 최소금액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될 경우 신선식품을 바로 즐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감안해 월 3500원으로 4회 무료 배송을 지원하는 신선플랜과 상품을 추가 구매할 때마다 최대 100% 배송비가 절감되는 신선할인을 도입했죠.
계묘년에 그리는 초록빛 미래
지난 4월 정육각은 친환경 유기농 신선식품 기업 초록마을을 900억 원에 인수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당시 초록마을은 전국의 약 400개 매장을 보유했지만 적자 상태였기에 해당 M&A 소식이 더욱 화제가 됐죠. “매장에서만 쇼핑하는 고객층이 존재하므로 온·오프라인 채널 간의 시너지를 기대한 선택이었다”고 회상합니다.
현재까지 인프라 측면에서 협력 성과를 내고 있으나 2023년부터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하게끔 연계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요. 정육각의 기술력으로 유기농 식품을 더욱 신선히 유통하는 데 주력할 계획임을 밝혔죠. 이를테면 초록마을의 물류 과정을 IT 솔루션으로 효율화하거나 매장 내 인기 상품을 생산하는 식입니다.
초록마을의 매장 내부_출처 : 초록마을 동시에 초신선 카테고리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초신선 육류계의 카테고리 킬러로서 강점을 소구한다면 고객층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인데요. 실제 올해 기준 2회 이상 주문자의 반기 내 재구매 확률은 90%에 달하며 주마다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도 다수라고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정육각이 육식파에게 유일한 해법은 아닙니다. 건조함 속에서 맛의 미학을 완성시키는 드라이에이징부터 수족관에서 숙성되는 워터에이징까지 고기 맛을 향상시키는 방식이 천차만별이니까요. 분명한 건 도축 후 4일 이내의 신선함을 전하는 노력으로 식도락에 한 점을 찍었단 겁니다. 아직 시장에서 영글지 않은 육류이지만 마지막 한 점까지 설계하는 이 스타트업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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