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사상 처음 점유율 10%를 돌파하며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각종 악재에도 전기차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며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3일 미국 자동차전문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가 발표한 신차 판매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총 147만대 신차를 판매해 10.6% 시장 점유율을 올렸다. 이는 미국 판매 5위의 기록으로 현대차그룹은 전년(9.9%)보다 0.7%포인트 점유율이 늘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요타가 미국 진출 후 45년 만에 이룬 기록을 현대차는 10년 앞당겼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신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제네럴모터스(GM)로 총 225만대(16.3%)를 팔았다. 이어 도요타 212만대(15.3%), 포드 183만대(13.3%)로 뒤를 이었다.
다국적 완성차 그룹인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54만대(11.1%)를 팔았는데 현대차그룹과의 점유율 격차는 0.5%포인트에 그친다. 2021년 스텔란티스와 현대차의 점유율은 각각 11.8%, 9.9%로 2%포인트 가까이 격차가 벌어진 바 있다.
혼다는 지난해 미국에서 97만대를 판매하며 미국 내 6위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7.1%로 5위인 현대차그룹과는 3.5%포인트 차이를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에 주력하면서 연간 기준 처음으로 혼다를 제치고 미국 시장 5위에 오른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 진출 36년만에 누적 판매 1500만대를 달성했다. 특히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전기차 최대 시장으로 평가받은 미국 시장에서 선전했다는 평이다. 현대차그룹은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각종 자동차 시상식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상을 휩쓸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시장 점유율 상승세를 더 높이기 위해 전기차 리스 비중을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중 리스 차량을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포함시키며 현대차 전기차도 리스 차량인 경우 현지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판매 중 리스 비중은 5%에 불과하나 향후 시장 점유율을 위해 이를 3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날 신년 메시지를 통해 전동화 체제·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날 경기 화성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신년회 행사에서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TOP 5를 달성하며 성공적인 전동화 체제로의 전환을 시작했다”며 “올해에도 더욱 진화된 차량을 개발하고 공급해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전동화 체제 전환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연구 개발을 비롯한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비로소 보다 완벽한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글롭러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판매 상위 5개사 중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더 늘어난 곳은 GM(2.3%)뿐이다. 같은 기간 판매량 감소폭은 현대차그룹이 -1.2%, 포드 -2.9%, 도요타그룹 -9%, 스텔란티스그룹 -13.2%순으로 집계됐다. 미국 시장 전체 판매량은 1386만대로 전년대비 8% 감소했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지난해 미국 시장의 신차 판매량은 2011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며 “GM은 도요타로부터 판매 1위 타이틀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혼다와 닛산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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