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올해도 불확실성 지속…환경 녹록치 않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일 “올해도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결코 녹록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가 공동 주관한 ‘2023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통해 “이러한 위험 요인에 철저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영미권 속담인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구름 속에도 한 줄기 빛이 있다)를 인용해,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지나고 있지만 그 속에서 희망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가 경제 상황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지레 위축될 경우 오히려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경제 상황에 대해 “지난해 우리 경제는 높은 물가 오름세와 금융·외환시장 불안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다만 이 같은 여건에서도 정책당국과 함께 외환시장과 단기자금 시장을 안정시키는 일에 적극 노력한 데 힘입어 한국 경제의 안정기조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우선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이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며 “지난해 환율이 급등하면서 일부에서는 과거 위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여러 위기 극복 과정에서 환율이 안정되면서 외환부문의 불안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해외경기 악화로 무역수지 적자가 커질 수 있겠지만 지난해 우리 수출은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며 “중국 코로나 상황 변화 등 대외여건이 회복되면 무역수지도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또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당해 시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와 함께 한국 경제의 연착륙에 기여하기 위한 정교한 정책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경기, 금융·외환시장 상황 변화 등에도 유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이 약한 고리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관련 금융이 형태를 달리하면서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로 작용하는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당국과 금융인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고령화에 직면한 한국 경제가 역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생산적인 부분으로 자금이 흘러가게 하는 금융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도 유념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