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더 떨어지기 전에 들자”
작년 10월부터 가입자 급증
해약땐 이율 낮은 점 고려해야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배제 못해
직장인 오모 씨(31)는 한 달 전 여윳돈 2000만 원을 3년 만기 정기예금에 예치했다. 예금 금리 인상이 주춤하면서 지금이 금리 정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 씨는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수도 있어서, 지금 수준의 금리로 3년간 이자를 받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향후 예금 금리가 떨어질 것에 대비해 2, 3년 만기의 장기 정기예금에 가입한 사람들이 지난해 10월부터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2, 3년 정기예금 10월부터 큰 폭 증가
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3년 만기 정기예금 신규 가입 계좌는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3만6946좌에 달했다. 1월 신규 예치가 8594좌였던 것과 비교해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11월(2만5022좌)과 12월(2만3597좌)에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2년 만기 신규 가입도 10월 3만2864좌로 1월(1만8445좌)보다 크게 늘었다. 그 후 11월에 2만4067좌, 12월에 2만2276좌가 각각 증가하면서 장기 정기예금에 대한 선호도는 높게 유지되고 있다.
2, 3년 만기 정기예금의 10월 금리는 4.50∼4.68%까지 오르며 최고점을 기록했다. 12월엔 금리가 4.06∼4.35% 수준으로 다소 내려오긴 했지만, 작년 1월(1.66∼2.13%)보다는 여전히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에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높은 이자를 오랫동안 받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장기 예금 가입자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시중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 나오는 3년 이상 장기 적금 상품도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 지금이 정점? 아니면 더 오를까?
관심은 향후 시중금리가 추가 상승할지 여부다. 일단 한국은행은 올해 초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사실상 예고한 상태다. 기준금리가 더 오르면 은행들은 그에 맞춰 예금·대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제 예금 금리가 더 오를지는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예금 금리에 앞으로의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지금 예금 금리에는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전망이 선반영돼 있기 때문에 한은의 기준금리가 더 오른다고 해서 시장 금리가 자동으로 따라 오르진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당국의 압박으로 인해 지난해 11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에도 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오히려 떨어진 적이 있다. 이후에도 금리가 5%를 넘는 정기예금 상품은 시중은행에서 거의 사라졌다.
물론 은행들의 고금리 특판 상품 등 지금보다 금리가 더 높은 예·적금에 가입할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 고물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한은이 금리를 예상보다 더 올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투자 전문가들은 정기예금을 중도에 해약할 경우 이율이 매우 낮아진다는 점은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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