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상승세임에도 정유업계는 올해 1분기 실적 반등 가능성에 물음표를 찍고 있다. 전 세계적 경기침체 신호로 수요가 부진할 것이란 우려때문이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0.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정제마진은 상반기 급등세를 보이다 하반기 급락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실적도 오르락내리락했다.
정유사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2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21.5달러에 달했다. 이때 국내 정유 4사는 모두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합계 7조53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후 전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로 정제마진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3분기엔 배럴당 평균 6.9달러, 4분기엔 6.4달러로 떨어졌다. 특히 9월 둘째주부터 10월 넷째주까진 손익분기점 밑인 배럴당 4달러를 밑돌았고 9월 셋째주엔 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3분기 정유 4사의 합계 영업이익은 2조7355억원으로 2분기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4분기에도 3분기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12월 들어선 정제마진이 6.7달러에서 10.5달러까지 오르는 등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 기대해볼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정유업계에선 1분기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정제마진이 오르더라도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이익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기구(OPEC)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세계 석유수요가 지난해 9956만b/d(배럴/일)에서 올해 1억177만b/d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는 전월 전망치 대비 5만b/d 축소 조정된 규모다.
이종헌 S&P 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트 수석연구원은 대한석유협회 칼럼에서 “미국과 유럽이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상반기에는 (원유) 수요 위축이 불가피해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도 변수다. 중국은 최근 ‘제로코로나’에서 ‘위드코로나’로 방역정책을 전환하면서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다. 이에 1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자관리자수(PMI)는 49.0으로 5개월 연속 50을 밑돌고 있다. 50 이하는 제조업 경기의 위축 상태를 의미한다.
정유사의 재고평가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도 상황이 좋지 않다. 정유사는 원유를 도입해 석유제품으로 정제, 가공해 판매하는 데까지 2~3개월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저렴하게 들여온 원유의 가치가 높아져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한다. 반대로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재고평가손실이 생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해 12월9일 배럴당 71.02달러까지 떨어졌다. 30일 80.26달러까지 올랐지만 이달 4일 72.84달러로 내려앉았다. 두바이유도 지난해 12월12일 배럴당 71.83달러에서 이달 3일 82.07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튿날인 4일 다시 77.1달러로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이번 겨울 난방유 수요 증가로 유가가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유가는 오히려 하락세”라며 “정제마진이 뛰더라도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적 개선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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