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는 영화 ‘마션’ 스토리처럼 우주에서 쇠고기 배양육을 만들고 채소를 키우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있다. 우주에 갔을 때 최소한의 물과 에너지를 사용해 신선한 음식을 제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주 먹거리 시대를 여는 ‘푸드 테크’의 현장을 소개한다.》
3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스타트업 ‘티센바이오팜’의 연구소. 연구소에 들어서니 어른 팔뚝을 두 개 합친 크기의 커다란 육고기 세 덩어리가 붉은색 조명 아래 놓여 있었다. 진열된 고기와 조리도구 등이 실제 정육점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이 시설의 이름은 ‘Extraordinary Butchery(특별한 정육점)’. 실제 고기와 매우 유사한 모습을 한 이 고기 덩어리는 실제 동물세포를 배양해 만든 ‘배양육’이었다.
티센바이오팜에서는 배양된 동물세포를 합쳐 실제 고기와 유사한 모양과 질감, 마블링 등을 구현한 배양육을 제조 중이다. 실제 가축을 키우지 않고도 육고기의 맛과 질감 등을 구현할 수 있다. 동물을 키울 수 없는 우주 환경에서 우주식량으로 활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원일 티센바이오팜 대표는 “이상적으로는 극소량을 배양해 고기를 무한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며 “인허가 등이 빨라진다면 2025년 식용으로, 2030년에는 우주 식량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 공간에서 인공 고기나 신선한 농작물을 인공적으로 제조 및 재배하고 섭취할 수 있는 ‘우주 먹거리 개발’이 우주개척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극한 환경에서 소량의 에너지로 신선한 음식을 제조하는 ‘푸드테크’는 비단 우주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일상생활에서도 그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4일 방문한 경기 평택의 스마트 농장 스타트업 ‘플랜티팜’에서는 약 12단으로 높이 층을 쌓아 올린 ‘수직농장’에서 각종 엽채소가 재배되고 있었다. 하루에 약 400kg의 농작물을 생산해내는 약 330평 규모의 농장. 하지만 흙은 단 1g도 사용하지 않는다. 물 안에 영양분을 녹인 양액에 식물을 담가 재배하는 ‘수경재배’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햇빛 대신 발광다이오드(LED)를 조명으로 이용하고, 최소한의 물을 투입한 후 재활용하는 통제된 환경 속에서 생산량 증대가 가능하다.
이 기업은 전국 약 10개 수직농장에서 연간 약 1000t의 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강대현 플랜티팜 대표는 “수직농장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일반 재배보다 40∼100배가량 높다”고 밝혔다. 2021년 남극 세종기지 극지 연구소에 수직농장을 설치한 이 회사는 향후 우주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강 대표는 “우주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협업을 통해 우주 식량까지 사업 확장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지속 가능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우주에서 생산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활발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캐나다우주국(CSA)은 생명공학 연구재단인 ‘므두셀라 재단’과 함께 장기 우주탐사 임무를 수행하는 승무원에게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심우주 푸드 챌린지’를 2021년 1월부터 시작했다.
재보급 없이 3년간 임무를 수행하는 승무원 4인을 위한 식량 생산, 시설의 모듈화와 확장성, 흙 미사용 등의 조건이 제시됐다. 국내 농촌진흥청과 미국 아이다호대 류재현 교수 연구팀이 30여 개의 연구팀 중 하나로 선발된 상태다. 연구팀은 비좁은 우주선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장치에 실시간으로 식물 생육을 모니터링하는 사물인터넷(IoT) 센서, 재사용 가능한 물과 평균 1500W 이하의 전력 환경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바질 재배에 성공하며 NASA의 까다로운 연구조건을 충족시켰다. 특히 물고기 배설물을 영양분으로 삼는 수경재배 방식 ‘아쿠아포닉스’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에 참여한 류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물과 공기를 우주공간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다면 수경재배와 아쿠아포닉스가 지속 가능한 식량 수급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국가와 기업이 우주공간에서 물과 공기를 만들 수 있는 장치 혹은 기술을 개발한다면 우주농업의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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