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일 줄 알았는데”…삼성전자 영업이익 ‘3분의 1’로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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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6일 1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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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2023.1.6/뉴스1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2023.1.6/뉴스1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0% 가까이 급감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부진의 강도가 업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올해 실적도 더욱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스마트폰·가전까지 대부분의 주요 사업이 전방위로 부진하면서 실적이 급감한 점이 우려를 더욱 키운다.

삼성전자는 2022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4조3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공시했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4조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 만이다. 4분기 매출도 70조원으로 8.58% 감소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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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이익 70% 급감 ‘어닝 쇼크’…감소세도 갈수록 ‘눈덩이’

이번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한참 밑도는 ‘어닝 쇼크’다. 당초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6조9254억원으로 집계했다. 이 때문에 전년 동기 영업이익(13조8700억원)과 비교해 반토막이 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70%에 가까운 9조5700억원이나 급감하면서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선임연구위원은 “반토막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영업이익이 더 많이 빠져 놀랍다”고 말했다.

특히 영업이익 감소세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21년 3분기(15조82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1년 4분기(13조8700억원) △2022년 1분기(14조1200억원) △2022년 2분기(14조1000억원)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꾸준히 14조원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85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3조원 이상 대폭 깎인 데 이어 4분기에는 3분기 대비 60%(6조5500억원)나 급감하면서 낙폭을 더욱 키웠다.

이에 삼성전자는 실적 수치만 밝혔던 기존 잠정발표와 달리 이날은 이례적으로 사업별 실적 설명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잠정실적이 시장 기대를 크게 하회하는 상황에서 확정실적 발표일까지 시장과 투자자들의 혼선을 완화하고 실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KT플라자 광화문역점에 삼성전자의 신제품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4’(폴드4)와 ‘갤럭시Z플립4’(플립4)가 전시돼 있다. 2022.8.23/뉴스1
서울 종로구 KT플라자 광화문역점에 삼성전자의 신제품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4’(폴드4)와 ‘갤럭시Z플립4’(플립4)가 전시돼 있다. 2022.8.23/뉴스1
◇ 메모리 반도체 부진에 실적 급감…올해 ‘적자 전환’ 예상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주력인 반도체 산업이 부진했던 게 주된 요인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전체 실적을 이끌었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다운사이클(침체기)’에 본격 진입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글로벌 고금리 상황 지속 및 소비심리 위축 우려로 메모리 사업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한 데다, 전반적인 재고 조정 영향으로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대폭 감소했다”며 “재고가 증가하면서 공급사들의 재고 소진 압박이 심화돼 가격이 분기 중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가격 하락 폭도 당초 전망보다 확대되면서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이 1조원 중반대에 그쳤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전 분기(5조1200억원)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며 전년 동기(8조8400억원)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KB증권은 한발 더 나아가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이 약 3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업계는 이날 발표된 잠정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2조6000억원이나 크게 빗나간 점에 주목한다. 이는 지금의 반도체 가격 급락과 수요 부진 상황이 예상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것으로, 올해 반도체 실적이 기존 전망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영업이익이 전망치보다 크게 하락했다는 건 실적을 예측한 시점과 집계한 시점 사이에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의 실물거래도 예상보다 더욱 부진할 수 있다는 걸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증권사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반도체 사업 전체가 적자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올해 1분기 8000억원, 2분기 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반도체 중 낸드플래시 사업은 이미 4분기에 적자 전환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 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건 14년 전인 2009년 1분기가 마지막이다.

◇ 스마트폰·가전까지 전방위 부진…환율도 약 200원 하락

특히 소비 침체 여파와 예상보다 부진한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인해 스마트폰 사업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든 점도 주된 영향을 미쳤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1조원 후반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직전 분기(3조2400억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꺾였다.

또다른 주력인 가전·TV 사업 실적도 부진했다. 삼성전자 4분기 가전(CE) 사업 영업이익은 약 2000억~3000억원으로 전망된다. 매출액이 10조원 후반대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어선 수준이다. 수요 부진에 물류비 인상 등으로 수익성까지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측은 “모바일 사업도 매크로 이슈 지속에 따른 수요 약세로 스마트폰 판매·매출이 감소하며 이익이 감소했다”며 “가전 사업은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환율도 도와주지 않았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90%에 달하는 삼성전자는 환율이 오르면 판매가가 올라 수익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1200원대로 떨어졌다.

한편 지난해 삼성전자 연간 기준 매출액은 301조7700억원으로 연 매출 30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영업이익은 43조3700억원으로 전년(51조6339억원)보다 16% 감소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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