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절벽에 취약차주 1300%대 불법사채로 내몰려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6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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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40대 남성 황모씨는 몸이 좋지 않아 일을 못하게 돼 생활비 명목으로 30만원을 대출받았다. 30만원을 받고 일주일 후 50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이었지만 급전이 급했던 황씨는 이를 받아들였고, 일주일 뒤 50만원을 상환하지 못하지 업체에선 일주일 연장비로 그 절반인 25만원을 요구했다.

금전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황씨는 원리금 상환을 계속 미뤘고, 업체는 황씨가 연장비 상환마저 늦추자 어머니와 동생에게 대신 갚을 것을 요구했다. 두려움을 느낀 황씨는 연장비 상환을 위해 다른 업체에 추가로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를 하게 됐고, 그 결과 대출업체 수가 10곳, 갚아야할 원리금은 550만원으로 불어났다.

감소세를 보이던 불법사채 피해가 2020년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고금리와 관련한 신고건수는 2020년에서 지난해 두 배로 뛰었다. 서민들의 이자비용 경감과 대출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해 정부는 2020년 법정최고금리를 인하했지만, 결과적으로 취약차주들은 수십배에 달하는 이자를 내는 제도권 밖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기준금리에 연동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민원이 2018년(12만5087건)에서 2019년(11만5622건) 감소했다. 하지만 법정최고금리가 인하된 2020년 이후, 2020년(12만8538건), 2021년(14만3907건) 등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피해유형 중 ‘고금리’ 항목을 살펴보면 2018~2019년 각각 518건, 569건으로 500대에 불과했던 피해건수가 2020년엔 1219건으로 2배가량, 2021년엔 2255건으로 4배가량 늘었다.

한국대부금융협회(대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이용자들은 소득보다 지출이 많아 차입 이외의 방법으론 생계유지가 어렵고 급전이 필요한 경우 주로 ‘대출나라’ 등 인터넷 대출직거래사이트를 통해 단기소액 급전, 일수 대출 등을 사용했다. 대출금의 주 용도는 병원비, 월세 등 기초생활비가 대부분이었다.

대부협회는 사법당국의 협조를 받아 불법사채 피해자들에게 채무조정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지난해 접수된 민원사례 1245건의 연 평균금리는 법정최고금리(연 20%)의 65배가량인 1305%에 달했다.

이들이 불법사금융에서 대출을 실행한 이유는 기준금리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채권시장까지 경색되며 카드사 등 2금융권은 물론 ‘제3금융권’이라 불리는 대부업계까지 대출 규모를 줄인 영향이다. 이들은 높아진 조달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 신용리스크 등에 대비해 대출 규모를 줄였고, 결과적으로 저신용 취약차주들은 제도권에서 배제됐다.

전문가들은 일부 국가처럼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하면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 배제 현상을 대폭 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달금리의 상승폭만큼 법정 최고금리가 인상되면 고정형 법정최고 금리 하에서 조달금리 상승으로 대출시장에서 배제되는 취약차주의 대부분에게 대출 공급이 가능하게 된다는 식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차주들이 ‘최후의 보루’로 대부업자에게 돈을 빌리고자 할 땐 한국대부금융협회·은행연합회 등을 통해 제도권 안의 ‘등록 대부업자’인지, 불법 사금융업자인 ‘미등록(불법) 대부업자’인지 확인 후 대출받을 것을 추천했다.

또 이 관계자는 “법정최고금리(20%) 초과분에 대한 이자계약은 무효라는 점, 대출 시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낸 금액은 모두 이자로 간주된다는 점, 대출 시 선이자를 낼 경우(공제할 경우) 그만큼 대출원금에서 제외된다는 점 등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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