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 개막일인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중앙 전시장. 관람객 수백 명은 전시장 입구에 모여 오전 10시 개막을 기다리며 새해맞이 행사처럼 단체로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마침내 전시장이 개방되자 관람객들은 입구로 빨려 들어가듯 이동했다. 일부는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CES에 전시관을 낸 한국 업체 관계자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영향으로 축소 개최했던 지난해 행사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CES 전시장 현장에선 글로벌 경기 침체의 분위기를 감지하기 어려웠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관람객이 10만여 명으로 지난해(4만5000여 명)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전 세계 3200여 개 기업 및 기관이 CES에 참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다.
개막 첫날부터 글로벌 유력 기업 전시관 앞에는 점심시간에도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려야 할 만큼 대규모 관람객이 모였다. 시간을 아껴 전시장을 둘러보려는 관람객들은 로비나 전시장 바닥에 앉아 간단히 끼니를 해결한 뒤 이동하기도 했다.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열린 CES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 주력 사업의 경계를 넘어선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과거엔 기술 혁신의 주도권을 몇몇 혁신 기업이 가져가는 ‘혁신 전쟁’의 양상이었다면, 이젠 모든 기업이 혁신 기술을 확보한 가운데 새로운 사업 영역에 들어가는 ‘영역 전쟁’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게임과 전기전자 사업이 주력인 일본 소니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소니는 초소형 인공위성 사업인 ‘스타 스피어’를 CES 개막에 맞춰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서 가장 첫 번째 꼭지로 소개했다. 전시관에는 소니 카메라 장비를 적용한 초소형 위성 실물 모형을 배치했다. 최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초소형 위성 발사에 성공한 소니는 우주 사진을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소니는 이번 전시회에서 첫 전기차 ‘아필라’를 공개하기도 했다.
카메라 기업인 니콘은 초소형 부품을 빠르게 식별해 처리하는 로봇 팔을 개발해 선보였다.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는 해양과 우주 분야 신사업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바닷속에 특수 구조의 온실을 설치해 과일과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식물 진화 과정을 확인하고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에도 안정적으로 과일, 채소 등을 재배할 수 있다는 게 지멘스 측의 설명이다. 지멘스는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우주여행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유명 주류업체 산토리는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건강관리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을 배에 대고 장 소리를 녹음하면 건강 상태를 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서비스 등이다. 세계 1위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아도 공사를 진행하고 물건을 나를 수 있는 장비를 CES에서 공개했다.
삼성전자 미디어파사드(외벽 영상)와 LG전자의 초대형 디스플레이는 가장 붐볐던 중앙 전시관에서도 단연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다만 CES 2023을 휩쓸고 있는 ‘영역 파괴’의 물결과 비교하면 기존 사업 중심의 확장에 집중했다는 평가도 현장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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