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해 472억 달러(약 60조원)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3.1.1/뉴스1 ⓒ News1
지난해까지 국내 경기 둔화를 ‘가능성’ 수준으로 언급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달 만에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해 경고 수위를 높였다.
KDI는 8일 내놓은 ‘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지난해 11월), “향후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지난해 12월) 등과 같이 ‘가능성’ 수준으로 언급하던 경기 둔화 위험을 더 직접적인 표현으로 언급한 것이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한국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4% 줄어든 데 이어 12월(―9.5%)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도체(―29.1%)와 석유화학(―23.8%)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했다. 대중(對中) 수출은 12월 전년 동기보다 27% 감소해 11월(―25.5%)보다 감소폭이 컸다.
생산은 지난해 11월 자동차(25%)가 큰 폭으로 늘며 반등했지만 반도체(―15%), 화학제품(―13.7%) 등 제조업 대부분에서 크게 감소했다.
제조업 부진에도 반도체 관련 투자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설비투자는 11% 늘어 10월(16.6%)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 특수산업용기계 수주가 36.5% 증가했다. KDI는 “제조업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부문의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향후 금리 인상 여파가 실물 경제에 퍼져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KDI는 “대내외 금리인상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점진적으로 파급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 둔화 우려로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9.9를 기록해 전월(86.5)에 이어 기준치를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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