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6월 전망한 3.0%에서 1.7%로 크게 하향조정하며 세계적 경기침체를 경고했다. 6개월 만에 1.3%포인트나 대폭 낮춘 것은 이례적이다. 성장률 전망치 1.7%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를 제외하고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10일(현지 시간) 2023년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경기침체가 닥치면 2020년대는 1920년대 말 대공황 이후 80년 만에 두 차례 경기침체가 발생한 ‘10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코로나19가 유발한 경기침체 이후 3년 만에 침체 적신호가 다시 켜졌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성장 둔화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며 “거의 (세계) 모든 지역에서 성장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역별로 보면 세계은행의 지난해 6월 발표에 비해 선진국 중 95%,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중 70%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졌다.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5%로 6개월 전보다 1.9%포인트 낮췄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도 6개월 전보다 1.9%포인트 하락해 ‘‘0% 성장’을 예상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후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올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을 심화시킨 중국은 4.3%(기존 5.2%)였다.
한국은 선진국으로 분류돼 성장률 전망치가 따로 발표되지는 않았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 성장률은 지난해 2.5%에서 올해 0.5%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6개월 전 발표된 올해 성장률 전망치보다 1.7%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세계은행은 “지난 20년간 성장률 0.5% 수준의 성장 둔화는 세계적 경기침체의 전조였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를 전망하는 원인으로 인플레이션(급속한 물가 상승)과 고금리를 꼽았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 둔화가 가세해 결과적으로 주요국 경제가 개발도상국 등으로 경제 위기를 퍼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맬패스 총재는 이날 “선진국은 극도로 많은 정부 부채와 고금리 속에 신흥국과 개도국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개도국은 무거운 부채 부담과 취약한 투자로 오랫동안 저성장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 및 유로존의 어두운 경제 전망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0.5%는 1970년대 이후 실질적 경기침체기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 유로존은 성장은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성장률 전망치 4.3%는 세계 성장률 전망치(1.7%)를 상회하고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가동한 지난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2.7%)보다는 높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6%대 성장은 앞으로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경제학적으로 침체(마이너스 성장)에 빠지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침체가 온 것으로 체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이달 말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털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올해 세계 경제의 3분의 1이 경기침체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월가 거물로 꼽히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도 10일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의 예상만큼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6%까지 인상할 확률은 50%”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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