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부펀드-싱가포르 투자 유치
‘탈석유’의 미래 찾는 오일머니
ICT 이어 K웹툰-K팝 등에 관심
카카오 “해외시장 추가 M&A 추진”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 중동 국가들이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콘텐츠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대해 잇따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국내 ICT 업체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각각 6000억 원씩 총 1조2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액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카카오 계열사 내에서도 역대 최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만여 개의 웹툰, 웹소설 등 오리지널 스토리 지식재산권(IP)과 7만여 곡의 음원 라이브러리, 음악 및 영상 콘텐츠 제작과 유통 능력 등 콘텐츠 영역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투자에 대해 “지난해 11월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수교 60주년을 맞아 무함마드 왕세자가 공식 방한한 데 따른 후속조치 중 하나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에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카카오 그룹의 미래 비전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비욘드 코리아’를 가시화할 방침이다. ‘K웹툰’과 ‘K팝’ 등 ‘K컬처’ 열풍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진출한 해외 사업 부문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 M&A에도 투자 재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 등을 인수했다.
○ 게임·콘텐츠에서 미래 찾는 중동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처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탈석유’를 외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게임과 콘텐츠, ICT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의 청년층이다. 15∼29세 인구가 중동 지역의 평균 24%를 차지하고 있지만 젊은 층이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문화가 많지 않다 보니 콘텐츠와 ICT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PIF는 지난해 3월 국내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에 총 3조5000억 원가량의 투자를 단행하고 각각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12월에 아랍에미리트 최대 ICT 기업 계열사인 ‘이앤엔터프라이즈(e&enterprise)’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인 베스핀글로벌에 1400억 원을 투자했다. 네이버는 최근 제2 사옥인 ‘네이버 1784’에서 선보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 중인 70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스마트시티인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전의 참여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손성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는 2016년도에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기존 석유 중심 산업구조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에 비해 게임, 콘텐츠 등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ICT가 발달한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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