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으로는 성립조건 확인 못해
허위로 입찰 방해하는 사례 많아
유치권자가 점유하고 있어야 성립
직접 연관된 채권인지도 따져봐야
입찰하고자 하는 경매 부동산에 유치권이 있으면 대부분 입찰을 꺼린다. 지난해 유치권 경매물건이 매월 200∼300건씩 나왔지만 평균 응찰자는 2.7명에 그쳤다. 유치권은 목적물에 관한 채권을 변제받지 못했을 때, 변제 때까지 그 목적물을 점유하는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신축 건물을 공사한 건축업자가 공사비를 받지 못했을 때 그 건물을 점유하면 유치권이 성립된다. 건축업자는 공사비를 받기 전까지 누구에게나 점유 이전을 거부할 수 있다.
유치권은 근저당권과 같은 담보물권이지만, 등기부등본에 등기되지 않고, 우선변제권도 없어서 경매 절차에서 배당받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경매 입찰자는 유치권자가 주장하는 채권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다. 또 그 채권을 변제하기 전까지는 부동산을 인도받을 수 없다는 리스크 때문에 낙찰가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치권을 주장하는 점유자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입찰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현장 조사 등을 통해 꼼꼼히 확인한다면 낙찰 후 이익을 남길 수 있으므로 그 성립 여부를 따져보면 된다. 성립요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치권자가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점유는 유치권자가 직접 점유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제3자를 통한 간접점유도 포함된다. 하지만 간접점유를 할 때는 해당 부동산 소유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채무자가 점유하게 하는 방식의 간접점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매물건의 점유자가 소유자 또는 채무자로 밝혀졌다면 유치권은 성립되지 않는다.
둘째, 해당 부동산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채권이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해당 부동산에 지출한 필요비와 유익비가 해당된다. 필요비란 목적물의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 유익비는 목적물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지출한 비용을 말한다.
상가 경매물건을 보면, 간혹 임차인이 인테리어 비용 명목으로 유치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임차인이 자신의 영업을 위해 지출한 내부시설 비용 등은 임차물의 객관적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투입한 유익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셋째, 채권자와 채무자가 서로 유치권을 배제하는 특약이 없어야 한다. 상가 임차인의 인테리어 비용을 유익비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 원상복구 하기로 약정했다면 이는 유익비의 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하기로 한 취지의 특약으로 본다. 따라서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는다.
넷째, 유치권자는 경매개시결정등기 전부터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부동산에 경매개시결정등기로 압류효력이 발생한 이후 채무자가 유치권자에게 점유를 이전한 경우라면 낙찰자에게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
유치권은 등기되지 않는 권리이기 때문에 서류상으로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유치권자가 법원에 신고하거나, 현장에서 안내문 등을 통해 표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경매 입찰 시 현장 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유치권자가 있다면 성립 요건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유치권이 있는 경매물건 중에서는 허위로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입찰을 방해하거나, 낙찰자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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