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토교통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보도자료와 설명자료는 모두 1276건. 하루 평균 3.5건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나 부동산 관련 연구기관 및 학술단체 등에서 쏟아낸 자료와 논문, 보고서까지 합치면 그 수는 다 헤아리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게다가 각종 부동산 관련 사건사고 등까지 합치면 감당이 어려울 정도의 정보가 쏟아져 나옵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 홍수를 이룬 부동산 정보 가운데 알짜를 찾아내 그 의미와 활용방안 등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민족 대명절 설(1월 22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모처럼 만난 화기애애한 자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화거리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 얘기입니다.
비수도권 지역에 고향을 둔 독자라면 이번 설에는 ‘우리 동네 둘러보기’를 부동산 관련 화두로 제안해 드립니다. 올해 정부가 내놓을 정책 가운데 ‘국토 균형 발전’과 관련한 내용들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그 내용도 역대 어느 때보다 강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실 정부의 국토 균형 발전 정책은 거의 매년 반복되는 지정곡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좌우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는 모두 국토의 균형 발전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았습니다.
예산도 막대한 규모로 투입했습니다.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의 경우 2005년 5조9000억 원으로 시작해 2009년 9조6000억 원으로 증가했고, 이후 2022년까지 매년 10조~11조 원 내외를 유지했습니다. 2023년도 예산안에도 12조7000억 원이 편성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지표가 인구비중인데, 2000년까지만 해도 수도권 46.3%, 비수도권 53.7%였습니다. 하지만 점차 차이가 줄어들다 2019년 마침내 수도권이 역전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말 현재 50.4%로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경제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이 2000년까지만 해도 비수도권이 52.3%를 차지했지만 2015년에 역전되기 시작해 2020년 말 현재는 수도권이 5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존의 국토 균형 발전으로는 한계가 있고, 보다 강력한 정부 대책과 지방자체단체와의 협력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정 운영에 힘을 얻기 위해 국회 다수석 확보가 절실한 여당과 다수석을 앞세워 정부와 여당을 견제해온 야당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지역주민의 표를 얻기 위한 다양한 부동산 개발 계획과 부동산 관련 민원 해소 요구들이 쏟아질 겁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토교통부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 첫머리에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규제완화 및 성장인프라 확충’을 제시했습니다. 또 이를 위한 실천과제로 개발제한구역(GB) 해제 등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확대(①)와 국가산단 신규 지정 등을 통한 지역성장 거점 조성(②)을 제시했습니다.
또 철도+도로+지방공항 확충으로 교통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방안(③)도 내놨습니다. 모두 비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한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시킬 만한 후속조치를 기대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꼼꼼히 들여다보고 내 고향마을에 적용될 사업들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할 이유입니다.
① 그린벨트 = 지자체장의 해제 권한 확대
정부는 비수도권지역의 그린벹트에 대해 지역여건에 맞춰 유연하게 해제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권한을 대폭 확대(30만→100만㎡)하기로 했습니다. 또 국가전략산업을 위한 해제의 경우에는 지역별로 정해진 해제총량 산정물량에서 제외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만큼 그린벨트로 묶인 지역의 개발될 가능성이 커진 셈입니다.
그린벨트는 1971년 7월 30일 서울, 인천, 경기 성남 등 수도권 지역에 처음 지정된 이후 1977년 4월까지 8차례에 걸쳐 전국적으로 지정됐습니다. 총면적만 5397㎢로 당시 국토 면적의 5.4%에 해당하는 규모였습니다.
이후 한동안 그린벨트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통했습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 생존에 그린벨트에 초소를 만들어 불법행위를 감시할 정도로 애착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겪으며 주민 재산권 보호와 부족한 도심택지 확보 요구가 커지자 그린벨트가 해제되기 시작합니다. 춘천권(지정 당시 면적·294㎢), 청주권(180㎢), 전주권(225㎢), 진주권(203㎢), 통영권(30㎢), 여수권(87㎢), 제주권(82㎢) 등 중소도시 지역은 1999년부터 2003년 사이 한꺼번에 그린벨트에서 풀려나기도 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그린벨트로 남은 지역은 대부분 대도시권 지역입니다. 수도권의 경우 지정 당시 1567㎢에서 택지 등 용도로 166㎢가 해제되고 현재 1365㎢가 남아 있습니다. 이 밖에 부산권(597→411㎢), 대구권(536→515㎢), 광주권(554→512㎢), 대전권(441→424㎢), 울산권(283→269㎢), 창원권(314→297㎢) 등에도 상당 규모의 그린벨트 지역이 있습니다.
② 지역 혁신성장 공간 조성 = 신규 산단 조성과 공기업 이전
정부는 원자력수소생산이나 우주발사체 등과 같은 국가미래전략산업이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신규 국가산업단지를 전국에 10개 이상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도심지역은 ‘도심융합특구’로 지정해 세제·규제특례 및 금융·디지털인프라 등을 지원해 기업과 인재가 모이는 지역 특화산업 중심지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또 공공기관 2차 이전 전략을 올 상반기 중 수립해 혁신도시 등에 활력을 더하고, 행복도시에는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의사당 등을 건립해 행정수도 기능을 더욱 높여나가기로 했습니다. 새만금도 세제혜택 등 기업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국제투자진흥지구를 도입 지정하고, 첫 도시인 수변도시 매립공사는 상반기 말까지 완료할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국토의 입체적 개발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현 정부 임기 내 경인 고속도로 지하화 공사에 착수하고, 철도역사·선로를 지하화하면서 생기는 기존 상부부지는 주거·상업·문화 등이 융합된 지역의 생활 중심지로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에 특별법을 발의하고, 전국 단위로 지하화 대상 노선을 담는 종합계획도 세우기로 했습니다.
③ 지역 교통망 확충= 비수도권지역 5대 광역철도 본격화
비수도권 지역 활성화의 관건은 사통팔달의 촘촘한 교통망 확보가 관건입니다. 정부도 이를 위해 지방 5대 광역철도 선도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는 등 신규 철도망을 지속 확충하기로 했습니다.
5대 광역철도는 ▲부산~양산~울산 ▲광주~나주 ▲대구~경북 ▲대전~세종~충북 ▲용문~홍천 등입니다. 또 경전·전라·동해선에도 수서발 고속열차를 운행하는 등 고속열차 수혜지역을 적극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신규 고속도로나 국도 건설도 들어 있습니다. 아산-천안 등 3개 고속도로와 청도-밀양 간 등 20개 국도, 상패~청산 간 3개 방사형 도로 등을 정해진 일정대로 개통해 지역 간 접근성을 높일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가덕도 신공항이나 대구경북 신공항 등 거점공항과 울릉·백령 등 도서공항도 차질 없이 건설할 계획입니다. 기존 지방공항은 지역경제 활력과 지역주민 편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신규 국제노선을 발굴하기로 했습니다.
내 고향과 관련된 사업이 보인다면 이번 설 명절에 많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겁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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