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순이자 이익 등 은행 여력”
이르면 내주 인상 여부 결정할 듯
고금리에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높였지만 막상 시중은행들은 여·수신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이전보다는 은행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된 데다, 금융당국도 대출자 부담을 감안해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날 예·적금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르면 다음 주에나 수신 금리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됐을 때만 해도 즉시 최대 1%에 이르는 수신금리 인상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이날도 은행들의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은 지난해 순이자 이익 등에서 여력이 있다”면서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 때문에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큰 점을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당국의 거듭된 압박으로 당분간 은행권의 예금, 대출금리는 큰 폭의 변화가 없을 공산이 크다.
다만 앞으로도 고금리 시대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금리가 높아지지 않더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년 5개월 동안 3.0%포인트 오른 기준금리만큼 대출금리가 오른 것으로 가정했을 때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64조 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 대출자의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액은 약 200만 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도 한층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9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8로 전주(64.1) 대비 0.7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밑돌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규제 완화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금리가 올라 매수세 회복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집값 하락 압력과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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