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서 최대 20% 할인
할인 직전 구매한 소비자들 “속였다”
낮아지는 테슬라 점유율, 수요 감소 만회위한 정책적 선회
팬덤 붕괴와 수요 둔화의 위기에 빠진 테슬라가 글로벌 차량 판매가를 최대 20%까지 낮추는 강수를 내놓았다. 줄어드는 수요를 반등시키기 위해 이례적인 가격 인하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선 차량을 먼저 주문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또 다른 논란 거리가 되고 있다.
15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미국에서 세단인 모델3와 모델S,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Y와 모델X의 판매가를 직전보다 6~20% 할인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올해 1~17% 떨어뜨렸다. 중국에서도 지난해 9월 대비 13~24% 낮은 가격에 차를 판매하는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판매가를 10% 넘게 낮췄다.
한 해에 대여섯 차례 가격을 인상해왔던 그간의 공격적인 가격 인상 정책과는 완전히 상반된 행보다. 모델Y 롱레인지 기준 지난해 초 미국 판매 가격은 5만 490달러에서 6월 전후 31% 오른 6만 5990달러에 판매됐다. 이 기간 중국 판매가도 34만 7900위안에서 39만 4900위안으로 14% 상승했다.
같은 시기, 1년이 넘어가는 대기기간에 테슬라 중고차 가격이 신차값을 뛰어넘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며 “빨리 구매하는 게 남는 장사”라는 불문율이 통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하자 할인을 발표하기 직전에 테슬라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지난해 9월 모델Y를 7만 7000달러에 구매했다는 미국의 한 소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때보다 1만 3000달러 더 싸게 파는 테슬라의 할인은 절망감을 안긴다”며 “소비자로서 이용당한 것 같다. 다시는 테슬라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서도 테슬라 차량을 먼저 구입한 소비자들이 환불 보상을 요구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갑자기 가격 인하로 정책을 선회한 것에는 전기차 시장에서 낮아지는 점유율을 만회하고자 한 의도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안방인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2020년 점유율 80%를 나타내다가 2021년 71%, 지난해에는 64%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은 향후 테슬라의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이 25%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금리 인상에 따라 고가의 차량을 판매하는 것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60개월 자동차 할부금리(오토론)는 지난해 상반기(1~6월) 4%대를 나타내다가 올해 들어 6.5%를 뛰어넘었다. 자동차 전문 매체 에드먼드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9~12월)에 신차를 산 소비자 중 한 달에 1000달러(약 125만 원) 이상, 신차 구매 원금과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인원 비중이 16%에 달한다고 했다. 2020년(6.7%) 대비 10% 포인트 가깝게 오른 것이다.
여기에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의 계속된 기행으로 테슬라 3대 개인 주주인 인도네시아 억만장자 레오 코건이 CEO 교체를 요구하는 등 단단하던 팬덤 층의 이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 때 주당 1000달러를 넘어서며 ‘천슬라(테슬라+1000)’라고 불렸던 테슬라의 주가는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122.4달러로 마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그룹을 포함해 전동화 속도를 높이고 있는 기존 완성차업체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테슬라만의 장점’이 점차 퇴색되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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