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로 된 글라스 기판으로 한계에 다다른 반도체 미세공정의 판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서 미국 현지 톱티어 회사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9일(현지 시간) SKC 미국 현지법인에서 만난 앱솔릭스의 김성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글라스 기판을 쓰면 기존 4분의 1 두께로 반도체 패키징이 가능하다”며 “공정을 두 세대 앞당기는 효과와 같다.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칩으로 3nm를 구현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정은 회로 선폭이 30%씩 줄어들 때마다 다음 세대로 넘어갔다고 평가한다. 앱솔릭스는 SKC의 자회사로 반도체 기판 사업을 전문으로 한다.
글라스 기판이 반도체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기판과 다른 새로운 형태로 제작돼 한 차원 높은 집적도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는 기판이라는 받침대 위로 중앙처리장치(CPU), GPU, 메모리 등 각종 반도체칩을 조합해 제작한다. 이렇게 하나로 묶는 기술을 패키징이라고 부른다. 내부를 얼마나 밀도 있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제품 경쟁력이 좌우된다.
현재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선두는 대만 TSMC로 9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밑바닥은 단단한 플라스틱이 지탱하고 그 위로 전기 흐름을 제어하는 실리콘(중간 기판)을 얹은 뒤 반도체를 쌓는 3층 구조다.
앱솔릭스는 여기서 플라스틱과 실리콘 기능을 하나로 합친 글라스 기판을 개발해냈다. 패키징을 2층 구조로 압축시킨 것이다. 유리가 실리콘과 마찬가지로 규소(Si) 기반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딱딱해서 플라스틱이 하던 받침대 역할도 가능하다.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만큼 기술을 연구하고 고객사 맞춤형으로 설계하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앱솔릭스는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 커빙턴시에 내년 상반기(1∼6월) 완공을 목표로 1만2000m²(약 3600평) 규모의 글라스 기판 공장을 짓고 있다. 2025년부터는 이보다 최대 6배 큰 7만2000m² 크기의 2공장을 신설해 대규모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오준록 앱솔릭스 대표는 “더 얇고, 더 많은 기능을 담을 수 있는 패키징 기술로 5년, 10년 뒤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밝혔다.
SKC는 앱솔릭스를 통해 진행 중인 반도체 기판 사업에 더해 배터리 소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 필수 소재인 동박 분야 세계 1위인 자회사 넥실리스는 북미 공장 부지 선정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폴란드에 이은 해외 세 번째 공장이다.
박원철 SKC 대표는 “(넥실리스 북미 공장) 부지는 지난해 말 결정지을 계획이었으나 캐나다에서 투자금의 상당한 비중을 부담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 고민이 길어졌다”고 했다. 공장 건설에 드는 1조 원 가운데 수 천억 원을 캐나다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박 대표는 “인센티브, 전기요금 지원 등 조지아주가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캐나다의 제안도 매력적이어서 두 군데로 이원화할지 최종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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