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대출이자 부담 큰 탓
어제 일반분양 계약률 70% 그쳐
추가 계약해도 300채 ‘줍줍’ 나올듯
올해 분양, 가격-입지가 흥행 관건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일반분양 물량 약 1400채가 미계약되면서 미달이 발생했다. 둔촌주공 일반분양 물량 4768채의 계약률이 약 70%로 집계되면서다. 정부가 이달 분양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데다 금리 수준이 높아 계약 포기가 속출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둔촌주공 일반분양(4768채) 계약률은 7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률이 70%라고 가정해도 미계약 물량이 1400채를 넘어선다. 이에 따라 모집 정원의 5배수인 예비당첨자 계약까지 끝내더라도 상당수가 무순위 청약(‘줍줍’)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3, 4인 가구가 거주하기 힘든 전용면적 39㎡, 49㎡ 등 소형 아파트 계약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예비당첨자 계약까지 마친 최종 계약률은 90%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최소 300채는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둔촌주공은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통상 3∼4일인 계약 기간을 이달 3일부터 17일까지 2주로 늘렸다. 마감일인 이날도 당초 오후 6시에 계약을 마감하기로 했지만 저녁 늦게까지 추가로 접수했다.
둔촌주공은 지난해 12월 청약 최종 경쟁률이 평균 5.5 대 1에 그치고 최저 당첨 가점도 20점으로 만점(84점)에 비하면 상당히 낮아 미분양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당시 둔촌주공 계약률이 40%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까지 했다.
둔촌주공 등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정부는 1·3부동산대책에서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를 없애 입주 때 세입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중도금 대출 규제를 푸는 등 분양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둔촌주공 계약률이 당시 예상보다 오르기는 했지만, 대대적인 분양 규제 완화에도 1000채 이상 미계약 물량이 나온 것은 그만큼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입주 때까지만 중도금대출 이자를 부담하면 세입자를 받을 수 있는데도 미계약 물량이 나왔다”며 “거래절벽으로 기존 주택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데다, 금리 부담이 큰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둔촌주공 계약 결과는 올해 3만2000여 채가 예정된 서울 분양시장에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일반분양 1641채), 6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일반분양 497채) 등이 청약을 앞두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분양가 인상 압박이 심해지는 가운데 분양가와 입지가 청약 흥행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둔촌주공과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강동구 길동 ‘강동 헤리티지 자이’의 경우 10∼12일 진행한 계약에서 일반분양 219채가 계약을 마쳐 ‘완판’에 성공했다. 이 단지 분양가는 둔촌주공보다 4억 원가량 낮아 선호도가 높았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수요자들의 가격 하락 기대심리가 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려면 분양가 조정도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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