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물가 3%대 둔화되겠지만
속도는 주요국보다 더뎌질 것
가계부채 비중 가장 높은 수준”
“지난해에는 5% 이상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가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 및 금융 안정과의 트레이드오프(상충관계)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통화정책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가계부채를 꼽았으며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올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국가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초 5% 안팎의 물가 상승률이 연말 3% 수준까지 둔화하겠지만 한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는 주요국보다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유로 지역의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요금 상승률은 40%를 넘었지만 한국은 13%에 그쳤다.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올해부터 전기·가스요금 등에 뒤늦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경기 및 금융 안정과 관련해 이 총재는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과 구조를 우려했다.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0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저금리 및 팬데믹 환경에서 빠르게 증가했다”며 “만기가 1년 이하인 가계부채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며, 가계부채의 80%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로 이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나 주택가격 하락에 가계 소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결국 성장이 큰 폭으로 제약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 경제의 세 가지 리스크 요인으로 △중국 리오프닝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글로벌 파편화로 인한 수출 부진 △부동산시장 경착륙 등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약점이 있다”며 “한은이 정부와 함께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정책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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