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한우세트 불티… 백화점-마트 매출 11~72%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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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원하는 부위와 가격에 맞춰
맞춤형 선물세트 늘린 전략 적중
한우값 10% 이상 하락도 큰 영향
고객들 “고물가 속 가성비 좋아져”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둔화 속에서도 명절 고가 선물 대명사인 백화점 한우세트가 지난해 설 직전보다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한우 가격이 10% 이상 떨어진 데다 ‘체리슈머(알뜰한 전략적 소비자)’를 겨냥해 고객이 원하는 부위와 가격에 맞춰 제작하는 맞춤형 선물세트를 늘린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동아일보가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등 백화점 4사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이달 2∼15일 2주간 한우 선물세트 매출 성장률을 전년 동기와 비교한 결과 백화점은 12∼33%, 대형마트는 11∼72%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세트 성공의 일등공신은 가격이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7일 기준 1등급 등심은 kg당 9만8590원으로 1년 전(11만2490원)에 비해 12.4% 하락했다. 지난해 한우 사육 마릿수(355만 마리)가 역대 최대 수준인 데 반해 소비 위축으로 소비는 감소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조림, 조미료 등 가공식품 선물세트 가격이 20% 올랐지만 한우세트는 작년과 대동소이해 ‘상대적으로 가성비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가격별 세트 구색을 늘리며 고객 선택권은 확대한 ‘체리슈머 마케팅’도 효과를 봤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설 35만 원짜리 한우세트를 주문했던 기업·특판업체들이 올해 가격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해 28만 원짜리 세트를 대량 기획했다. 기존 구이용을 불고기, 국거리로 변경하는 식으로 양은 지난해와 맞추면서 가격을 낮춘 것. 그 결과 30만 원 미만 한우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500g부터 4kg까지 한우 부위·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나만의 한우 선물’ 세트에 와인을 함께 넣은 혼합 패키지를 출시했는데 준비한 700세트가 2주 만에 완판됐다.

고객별 취향을 반영하는 맞춤제작 세트도 확대됐다. 홈플러스는 등심, 안심, 채끝, 부채살, 치마살, 업진살 등 구이류를 중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부위와 금액대까지 맞춰주는 ‘맞춤형 냉장 세트’를 선보였다. 맞춤 세트가 주로 포진한 20만 원 안팎의 세트 매출이 전년보다 245% 늘었다.

실속형 선물세트가 인기인 마트에서도 한우가 잘 팔렸다. 롯데마트 하이엔드 ‘마블나인’ 세트는 40만∼50만 원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매출이 6배로 늘었다. 이마트는 조선호텔과 협업해 ‘경주 천년 한우’ ‘화식한우’ 라인 등을 선보였는데 30만 원 이상 판매 증가율(21.3%)이 전체 한우세트 증가율(11.1%)의 2배에 달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같은 1++등급(투뿔) 마블링 9단계 한우라도 백화점은 100만 원이 넘지만 마트는 40만 원에 살 수 있다. 씀씀이는 줄여도 품질은 포기 못 하는 실속형 소비 패턴이 확연해졌다”고 말했다.

한우세트는 과일이나 생활용품 등 다른 선물세트들보다 단가나 영업이익률이 현저히 높아 ‘명절 장사는 기승전한우’라는 말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설이 불황기 첫 명절인 만큼 올해 소비 트렌드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여겨진다”며 “경기침체 우려에 설 대목을 놓칠까 염려했는데 한우세트가 잘 팔리면서 한시름 덜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우세트#백화점#마트#매출 증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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