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여러분!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 스타트업 업계에 겨울이 찾아왔다고 하지만 창업의 열기는 새해에도 계속 이어질듯 합니다.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봤거든요. 16일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앤틀러코리아 데모데이’에서요. 올해 첫 데모데이라서일까요. 관람석이 가득찼습니다.
앤틀러는 2017년 설립된 싱가포르계 글로벌 벤처캐피털(VC)로, 2021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앤틀러 고유의 스타트업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해 스타트업이 시드투자를 유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균 18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시킨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날 무대에 선 팀은 14개로, 앤틀러코리아의 지원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투자를 받은 곳들이었는데요.900명이 넘는 예비창업자가 지원했으나 80명만이 선발됐고, 5~6주간의 팀빌딩 프로그램을 통해 32개 팀이 결성됐다고 합니다. 보통 팀을 꾸려 창업하지만, 앤틀러코리아 프로그램에 지원한 예비창업자들은 사전에 팀을 꾸리지 않고 각자 프로그램에 지원한 뒤 선발된 사람들 안에서 팀을 결성하고 창업을 한 것이죠.
이후 일정 과정을 거쳐 16개 팀이 앤틀러의 프리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이 가운데 14개팀이 지난해 12월 프라이빗 데모데이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합니다.
매그너스 그라임랜드(Magnus Grimeland) 앤틀러 CEO는 환영인사 영상을 통해 “한국은 기술과 재능을 겸비한 인재가 많고 고유의 세계적 브랜드 선도 역량이 높은 국가”라며 “한국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혁신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이날 공개된 스타트업 14곳은 △오픈그룹 △스프레드잇 △리피드 △짠코리아 △삶의질연구소 △스니커즈 △디어먼데이 △아워프레셔스 △스크램블러 △캘러스컴퍼니 △플리드 △위쓰 △킵코퍼레이션 △초록고래등인데요. 이 중 세 곳을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스타트업들이 고객들의 어떤 니즈를 생각하고 어떻게 사업화하는지 보시죠.
첫 발표에 나선 스타트업은 ‘오픈그룹’입니다. 개인차량활용 모바일 광고 플랫폼 ‘애즈런’을 운영하는데요, 애즈런은 본인의 자동차에 광고 스티커를 부착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운전자와 광고를 매칭해줍니다. 자가용이 일종의 광고매체로 활용돼 광고를 부착하고 다니는 운전자는 광고 리워드를 지급받게 됩니다.
그런데 왠지 내 소중한 자동차에 광고를 붙이는 것이 썩 내키지 않을 것 같지 않나요? 오픈그룹 역시 그런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상훈 오픈그룹 대표는 “대한민국 성인의 75%가 이미 앱테크를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리워드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며 “애즈런은 흔히 보던 광고를 부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나 캐릭터로 꾸밀 수도 있고,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을 응원하는 등 나의 취향을 표현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시간 정보거래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니커즈’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도상에 자신이 확인하고 싶은 실시간 정보에 대해 요금을 걸어두고, 누군가 들어와서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정보 제공자는 그만큼 돈을 얻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진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특정 맛집에 가고 싶은데 이 추운 겨울에 대기 줄이 얼마나 긴지 궁금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지도상에 맛집 위치를 찍고, 궁금한 내용과 함께 돈을 걸면 됩니다. 1000원을 걸었다고 해보죠. 이런 궁금증에 대해 이곳을 지나가는 행인이나 이미 해당 맛집 앞에 줄 서있는 방문자가 맞는 정보를 제공한다면 정보제공자는 1000원을 벌게 됩니다.
정은애 스니커즈 대표는 “이용자에게 ‘돈’기부여를 하는 플랫폼”이라며 “서비스의 범용성과 침투력이 상당히 높고 이미 인도네시아 발리 서비스 준비까지 마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가족 관계를 좀 더 끈끈히 할 서비스를 내놓은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삶의질연구소’는 가족 대화 기반 맞춤형 디지털 콘텐츠 큐레이션앱 ‘앤서록’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독립한 자녀와 부모 간 소통이 좀 더 잘 이뤄지도록 해 시니어세대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도 증진시키고요.
서비스는 부모와 다채로운 소통을 하기 어려워하거나, 단조롭고 피상적인 소통을 하는 성인 자녀들이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데요. 이들이 앱을 통해 내놓은 서비스 가운데 하나는 작가, 심리상담사, 시니어전문가 집단이 만든 가족문답입니다. 가족문답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도록 해 가족간 친밀감을 높인다고 하고요. 또 앱 사용자의 평소 콘텐츠 소비습관을 파악해 가족들의 취향과 관련된 콘텐츠를 추천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가족의 취향에 맞는 선물 추천기능도 있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수익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조기웅 삶의질연구소 대표는 “앱 출시에 앞서 3개월간 100여 명의 시니어와 함께 생활하며 문제를 파악해나갔다”며 서비스가 출시되기까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발표한 스타트업들의 대표들의 모습에선 한결같이 자신감이 묻어나왔는데요. 스타트업 겨울 속에서도 묵묵하게 나아가다보면 새로운 유니콘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스타트업들을 스테파니가 계속해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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