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신용카드 리볼빙 잔액 증가 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카드사들의 비용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리볼빙 수수료율 상단이 연 18%대를 넘어서는 등 이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솟은 여파로 풀이된다. 올해도 카드사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이어질 예정인 만큼 리볼빙 잔액 증가세는 점차 둔화할 전망이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12월 리볼빙 잔액은 7조2622억원으로, 직전 달과 비교해 516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월별 리볼빙 잔액 증가 폭을 살펴보면 6월 1591억원, 7월1183억원, 8월 1448억원, 9월 1279억원, 10월 1378억원, 11월 1349억원이다. 10월부터 증가 폭이 점차 줄어들었고, 12월엔 6월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 것이다.
리볼빙이란 신용카드 대금 중 일부만 갚고 나머지 결제액은 다음 달로 이월하는 제도다. 신용카드 연체를 막기엔 유용하지만, 카드론보다도 이자가 높아 자칫하면 ‘눈덩이 이자’를 부담할 수 있다.
매월 집계되는 리볼빙 잔액은 차주가 갚지 않은 금액이 이월되는 만큼 보통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데, 4분기 들어선 그 기울기가 완만해진 것이다. 차주들이 높은 이자에 급하게 리볼빙을 갚았거나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차주들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걸 의미한다.
리볼빙 수수료율은 지난해 10월 이후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연초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에 더불어 10월 말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급등하면서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여전채로 자금을 조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초 2.420%였던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10월말 5.965%까지 오른 뒤 11월 7일엔 6.088%까지 치솟았다.
카드사들의 자금 사정에는 빨간불이 켜졌고, 카드사들은 고객들에게 제공하던 혜택을 대폭 축소하기 시작했다. 무이자 할부 개월 수를 줄이거나 리볼빙 수수료율에서 일종의 할인 혜택인 조정 금리를 낮추는 식이다.
지난해 카드사들의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은 급격히 상승해 법정최고금리 수준에 다다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은 14.32~18.40%로 집계됐다.
또 금융당국에서 지난해 8월부터 ‘리볼빙 서비스 개선방안’을 시행했단 점도 리볼빙 잔액 증가세 둔화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조치로 카드사들은 11월부터 리볼빙 설명 의무를 대출 상품 수준으로 강화하고, 상품 설명서를 신설해야 했다. 또 매월 리볼빙 수수료율 공시 의무도 생겼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리볼빙 잔액 증가세가 누그러진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긴 어렵겠지만,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차주가 줄어들었거나 리볼빙 잔액을 갚아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수수료가 워낙 많이 올랐기도 하고, 당국의 리볼빙 서비스 개선방안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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