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티웨이항공 항공훈련센터에 꽃단장을 한 객실 승무원 29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해 11월 입사한 승무원 훈련생들이었는데요. 이날은 이들이 훈련생에서 막내 승무원이 되는 수료식 날이었습니다. 오늘 떴다떴다 변비행에서는 수료식 현장 모습과 새내기 승무원들의 각오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29명 승무원의 입사는 티웨이항공은 물론 항공업계에서도 의미 있는 채용이었습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타를 입은 항공업계가 서서히 비상(飛上)한다는 신호였기 때문이죠. 코로나 기간 동안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여러 대 반납하는 등 긴축 경영을 단행했습니다. 비행기를 보유 대수를 줄인다는 건, 조종사와 승무원, 정비사 등 필요 인력도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채용이 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겁니다.
그런데 티웨이항공은 위기의 코로나 기간에 A330-300이라는 대형 항공기(현재 3대)를 도입합니다. 저비용항공사(LCC)였던 티웨이항공이 장거리용 항공기를 도입하자, 업계에서는 “도약을 위한 승부수다” “국내 LCC 역사의 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죠. 특히 승무원을 준비하는 이른바 ‘예승이(예비승무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비행기 그것도 대형기를 들여온다는 건 새로운 채용이 열릴 수 있다는 신호였기 때문이죠.
항공업계에서는 신규 항공기 1대가 들어오면, 60명 정도의 신규 인력이 창출된다고 말을 합니다. 더욱이 코로나 기간 퇴사를 한 직원들도 많았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채용은 아니지만, 3년 만에 신규 객실승무원 채용이 열린 배경이었죠.
보통 객실 승무원의 채용 경쟁률은 100대 1이 훌쩍 넘습니다. 수백 대 일이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합격을 해도 정식 승무원이 되려면 필수 교육을 거쳐야만 합니다. 각종 훈련을 이수하지 못하고 테스트에서 떨어지면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죠. 안전 및 보안 교육, 비상탈출 및 입수 훈련, 방송 및 서비스 교육 등 총 32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평가 비행을 마쳐야 합니다. 8주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받게 됩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훈련생들은 임시 숙소에서 지내며 훈련을 받기도 합니다.
이날 수료를 한 44기 티웨이항공 강형민 승무원은 “입수 훈련이 가장 힘들었다. 겨울철에 훈련을 받다 보니 체온도 내려가고, 오래 물 속에서 훈련 받다가 발에 쥐도 났다”고 말했습니다. 안지혜 승무원은 목이 쉬어 있었습니다. 그는 “비상탈출 훈련을 할 때 힘들었다. 소리를 크게 계속 지르면서 훈련을 하다 보니 목이 쉬게 됐다”며 “화재나 감압 상황 등도 반복적으로 훈련했고, 비상시엔 승객들을 어디로 유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훈련을 많이 했다. 이제는 눈 감고도 비행기 구조 등을 다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날 수료식은 온라인에서도 진행됐습니다. 자식들이 승무원이 되는 순간을 보고 싶어 하는 부모님과 가족, 지인들을 위해 유튜브 생중계를 했죠. 유튜브 댓글 창에는 신입 객실 승무원들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글이 한 가득이었습니다. 티웨이항공 직원들도 지난해 구축한 메타버스 공간인 티버스(t’verse)에서 수료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강당에 모여서 수료식을 하던 보통의 수료식과는 달랐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감동을 주는 순간은 승무원 유니폼 옷깃에 회사를 상징하는 배지를 다는 순서일 겁니다. 배지 하나를 달기 위해서 기나긴 취업 준비를 해야 했고 8주간의 훈련을 버텼겠지요.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가 승무원 유니폼에 배지를 달아주는 순간엔 “와~~”하는 함성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합격 소식을 듣고 훈련을 받았던 모든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을 겁니다.
훈련생 대표가 동기들과 선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낭독했을 때, 신입 승무원들의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습니다. 훈련을 받으면서 남겼던 사진과 영상을 편집해 틀어줬을 땐, 웃음과 환호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죠. 웃음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티웨이항공은 신입 승무원들 몰래 부모님과 친구들로부터 응원 영상을 받았습니다. 오랜 기간 보지 못했던 부모님의 영상이 나오자, 훈련생들은 쏟아지는 눈물을 닦기 바빴습니다.
44기 티웨이항공 신입 승무원들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걸어 왔을까요? 강형민 승무원은 “사범대를 다녔는데, 몇 년 전 티웨이항공을 타고 해외여행 가다가 승무원들이 멋있어서 승무원을 꿈꾸게 됐다”며 “항공 여행에서 승객은 주연이라고 생각한다. 주연이 더 빛날 수 있도록 돕는 승무원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안지혜 승무원은 항공사에 처음 지원해 한 번에 합격을 한 경우입니다. 그는 “항공 관련 학과로 진학을 하면서부터 승무원이 되는 꿈을 꿨다. ‘안전에 완전을 더한다’는 티웨이항공의 슬로건이 너무 맘에 들어서 처음 지원을 했다. 멋진 승무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수료식에 참석한 정홍근 대표는 “다시 힘차게 날아오르는 티웨이항공의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이제 식구가 됐으니 조금 무서운 말을 하겠다. 코로나 이후 여객이 늘면서 정말 많이 바빠지고 있다. 오늘 이후 부터 빡빡하게 근무를 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초심을 잃지 말고 항상 안전하고 즐겁게 비행에 임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44기 승무원들은 합격의 기쁨도 잠시 19일부터 곧바로 비행에 투입됐습니다. 한 승무원의 어머니가 수료식 영상에서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44기 신입 승무원들아. 이제부터 사회생활 시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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