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결코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습니다. 세계는 지금 이상기후에 따른 기후재난이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발생하고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 주변의 취약계층을 위해 사회적 관심과 민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국내 대표적인 재난·재해 구호모금 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송필호 회장(73)은 24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노인과 아동,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은 재난에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더욱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의 폭염 사태를 상기시키며 “당시 숨진 시민 800여 명 대부분이 홀몸노인이나 노숙자 등 빈곤층이었다”고 했다.
사단법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1959년 태풍 ‘사라’ 피해 돕기 모금운동을 계기로 1961년 설립됐다. 민간 모금을 체계적으로 이끌기 위해 전국 언론사와 사회단체가 힘을 모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동일 피해, 동일 지원’을 원칙으로 지금까지 1조6000억 원이 넘는 성금을 모아 지원했다. 정부로부터 국내 자연재해 피해 구호금을 지원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법정구호단체이기도 하다.
송 회장은 “희망브리지와 같은 민간단체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돌볼 수 있다”며 “빈곤과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민간단체도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대엔지니어링과 8년째 진행하고 있는 ‘기프트 하우스 캠페인’을 예로 들었다. 붕괴 직전의 집과 같이 열악한 곳에서 지내는 재난 위기 가정에 현대엔지니어링이 개발한 모듈러 주택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집 안에 전봇대가 세워져 있던 곳에서 살던 이웃, 단열이 안 돼 여름과 겨울에는 집에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이웃 등이 전보다 쾌적하게 지내고 있다.
지난해 희망브리지는 태풍 ‘힌남노’ 등 여러 재난의 피해 이웃에게 57만4000여 점의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자연재난을 입은 3만여 가구에 300억 원가량, 산불 등 사회적 재난 피해자들에게도 157억 원의 국민성금을 지원했다.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클럽인 ‘희망브리지 아너스클럽’을 본격화해 41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송 회장은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 강화도 중요하다”며 “여러 연구에서 마을 주민이 서로 안부만 물어도 고독사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게 증명된 만큼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할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희망브리지는 실제로 2019년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 고성 주민들을 위한 지역공동체 회복에 중장기적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 희망브리지의 목표는 삶의 전반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재난에 대한 ‘맞춤형 지원 대응’이다. 임시거주시설인 ‘희망하우스’는 올해 100동을 추가로 제작할 방침이다. 아울러 현재 경기 파주와 경남 함양에 있는 물류센터에 이어 제3권역에 세 번째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물품 보관뿐 아니라 전문적 교육도 제공하는 ‘복합형 재해구호센터’가 목표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어려운 일은 서로 돕는 ‘환난상휼(患難相恤)’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했어요. 재난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국가가 모두 책임질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럴수록 환난상휼의 정신을 가진 시민들의 힘이 빛을 발할 겁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