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디테일: 창의성을 높이는 공간과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스테파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6일 08시 00분


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데스크를 맡고 있는 김선미 기자입니다.
기나긴 팬데믹 동안 재택근무를 장려했던 회사들이 속속 사무실 출근 방침을 밝히고 있는데요. 지금이야말로 ‘다시 모인’ 직원들의 근무 의욕을 높이는 공간과 조직문화가 중요한 절실한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스테파니에서는 창의성이 뿜뿜 솟아날 것 같은 스타트업 업계의 사무 공간들을 ‘랜선 여행’ 시켜드리려고 합니다.
인공지능(AI) 합성 데이터 스타트업인 씨앤에이아이(CN.AI)의 사무실에는 베어브릭 피겨들이 놓인 진열장 앞에 전자 피아노가 있어 직원들이 언제든 연주할 수 있습니다. ‘될 성 부른’ 스타트업들을 키워내는 액셀러레이터 회사들은 회의실 이름을 영화 ‘스타워스’에서 따오기도 하고(‘퓨처플레이’), ‘아문센’ 같은 탐험가나 미국 무인우주탐사선 ‘보이저’호의 이름을 달기도 합니다(‘블루포인트파트너스’). 모두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죠. 자, 그럼 저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실까요.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최근 씨앤에이아이  타운홀 미팅 때 한 직원이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씨앤에이아이 제공
최근 씨앤에이아이 타운홀 미팅 때 한 직원이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씨앤에이아이 제공
●피아노가 있는 풍경
씨앤에이아이는 최근 타운홀 미팅을 하면서 피아노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피아노를 놓아주면 좋겠다”는 직원들의 건의에 따라 ‘야마하’ 전자 피아노를 마련해 회의실이 있는 층에 둔 건데요. 피아노를 치면 업무 생각에서 벗어나 아예 다른 생각을 하면서 잠시나마 온전한 휴식을 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이 피아노 콘서트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이 연주하는 곡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는데요. 예를 들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16번 다장조K.545를 연주한 한 직원은 초등학교 시절 콩쿠르에 나가 연주했던 추억이 있는 곡이라고 했어요.

스케일업을 통해 직원 수가 불어나는 스타트업에서는 서로를 알고 친해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사무실 중앙에 커다란 스크린을 두고 신입 직원들의 자기소개 영상을 트는 스타트업이 많은데, 씨앤에이아이는 피아노 콘서트를 통해 직원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서는 것을 시도한 셈입니다.

직원들의 요구도 있었지만 이원섭 대표 본인이 학창시절 음악의 효용성을 느꼈다고 합니다.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과에 다닐 때 음악대학의 ‘피아노 한 곡 치기’와 ‘비틀스’ 교양수업을 수강했는데 연주곡 한 곡을 한 학기 동안 완성하는 데에서 크나큰 성취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딱딱한 경제학을 배우다가 비틀스의 역사와 노래를 배우면서는 힐링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하네요.

“저희 회사는 개발자가 60%이상입니다. 합성 데이터라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최고의 인재들을 확보하고, 이들이 번 아웃에 빠지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조직 문화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면접을 보니 개발자들의 취미가 피아노 연주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직문화 활동의 일환으로 피아노 연주회를 해보니 상당히 반응이 좋았습니다.”
●회의실 앞에서 만나는 격언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의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 들어서면 각 회의실 앞에서 숙연한 마음이 듭니다. 영화 ‘백 투더 퓨처’라는 이름의 회의실 유리에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가 쓰여 있습니다. ‘미래가 뭐가 됐든 네가 만드는 대로 될 거야. 그러니 잘 만들어 보렴.’ ‘스티브 잡스’ 방에는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워라’(Stay hungry, Stay foolish), ‘알프레드 히치콕’ 방에는 ‘아이디어는 모든 것에서 온다’(Ideas come from everything)는 문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구는 이것이었습니다.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2-클론의 습격’이라는 이름의 회의실 앞에 붙어있는 영화 대사입니다. ‘나는 그저 우주에서 내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서울 성동구 ‘퓨처플레이’ 회의실 전경. 김선미 기자
서울 성동구 ‘퓨처플레이’ 회의실 전경. 김선미 기자
서울 강남구의 창업보육공간인 아산나눔재단의 마루360에 자리한 또 다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 파트너스’의 각 공간 이름은 ‘아문센’(리셉션 룸), ‘보이저’(컨퍼런스 룸), ‘테슬라’(미팅 룸) 등이에요.

서울 강남구 마루360에 자리잡은 ‘블루포인트 파트너스’의 리셉션 룸. 김선미 기자
서울 강남구 마루360에 자리잡은 ‘블루포인트 파트너스’의 리셉션 룸. 김선미 기자
이 회사 이용관 대표는 말합니다. “조직이 커지면 어떤 방향이 필요하죠. 저희 회사에는 항공, 건축, 컴퓨터공학, 물리, 기계, 화학 등 여러 분야의 전공자들이 일해요. 다들 하는 일은 달라도 한 곳을 바라보고 일해야 하잖아요. 아무리 시장이 부침이 있어도 창업은 시작이 중요합니다. 결국 ‘돈보다 더 중요한 것(more than money)’을 우리가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죠. 그런 생각과 가치들을 공유했으면 합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유현준 건축가가 저서 ‘공간의 미래’에 썼던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팀원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서는 조직 내 구성원의 의사 결정의 방향을 잡아줄 철학이 필요하다”. 그 철학을 구성원들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사무실 공간 아닐까요. 아주 작고 사소한 디테일에서 우리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니까요.

스타트업의 디테일이 여러분들의 일터에서도 적용되기를 바랍니다. 행복한 직원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테니까요. 일하고 싶은 마음을 솔솔 불러 올테니까요. ^^

마지막으로 사심 가득히 부러웠던 퓨처플레이 사무실의 공간 한 편을 소개합니다.
세상에나.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일하는 명당 자리라뇻!!!

서울 성동구  ‘퓨처플레이’에서 남산타워를 바라보는 업무공간 자리. 김선미 기자
서울 성동구 ‘퓨처플레이’에서 남산타워를 바라보는 업무공간 자리. 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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