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을 맞아 집주인들의 전세금 반환을 위한 대출 상품도 늘고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거나 금리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최모 씨(54)는 최근 갑자기 집을 비우겠다는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 3억5000만 원을 돌려주기 위해 전세 퇴거자금 대출을 알아봤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에 막혀 은행으로부터 2억5000만 원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남은 1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예금을 깨고 친척으로부터 돈을 빌려야 했다.
전세 퇴거자금 대출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빌려주는 일종의 주택담보대출이다. 하지만 대출금이 DSR 규제를 적용받아 이미 대출을 최대로 받은 경우 이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이라면 DSR 규제를 예외로 해주는 등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구매) 방지 등을 위해 마련한 대책이지만,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전세 퇴거자금 대출 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달 말부터 신청을 받는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전세금 반환 용도로도 사용 가능하고 DSR 적용을 받지 않아 소득과 상관없이 최대 5억 원까지 빌릴 수 있다. 다만 9억 원 이하 주택만 대상으로 하는 데다 금리 자체도 4%대 후반으로 시중금리와 비교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선 전세금 보증보험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증보험은 모든 임대업자가 의무적으로 발급을 받아야 하지만 가입하지 않더라도 소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치고, 보증 비율도 전액인 경우가 많지 않다. 한편 주택금융공사(HF)는 ‘임대보증금 반환자금보증’의 총 한도 금액을 기존 1억 원에서 2억 원까지 올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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